한국지엠 주총서 'R&D' 법인 분리 의결...“R&D 역량 강화” 먹튀 가능성↑?”

한국지엠이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연구개발(R&D) 관련 법인을 별도로 분리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한국지엠 노동조합이 주총장 입구를 봉쇄하는 등 개최를 저지했지만, 결국 의결됐다. 이에 따라 한국지엠은 연말부터 R&D 법인에서 신차 개발을 주도하게 된다.

한국지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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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대표 카허 카젬)은 19일 오후 3시께 인천시 부평 공장에서 임시 주총을 열고 R&D 신설법인 'GM코리아 테크니컬센터 주식회사(가칭)' 설립 안건을 통과시켰다. 한국지엠과 GM코리아 테크니컬 주식회사의 분할비율은 1 대 0.0001804로이다. 분할 후 한국지엠 자본금은 2167억7550만원,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 자본금은 3911만원이 된다. 한국지엠은 생산직 근로자 1만명,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에는 연구직 등 3000명이 소속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한국지엠은 지난 4일 이사회에서 부평 본사에 있는 파워트레인(엔진·변속기 등) 관련 엔지니어링센터와 디자인센터를 묶어 별도 법인으로 분리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당시 이사회에서 산은 추천 이사들은 반대했으나, 표결에 부쳐 안건이 통과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지엠 이사회는 GM 측 이사 7명, 산은 측 이사 3명 등 10명으로 구성됐다.

이번 주총에서 신설법인 안건이 의결 되면서 생산법인은 부평공장, 창원공장 등 쉐보레 내수 및 수출 물량 생산을 책임진다. 특히 부평공장의 경우 GM 글로벌 소형 SUV 생산기지로 자리매김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다만 중대형 SUV의 경우 해외 공장에서 생산한 차량을 수입해서 판매하는 방식이 효율적인 것으로 한국지엠 측은 설명했다.

R&D 법인은 GM 글로벌 중·소형 SUV 개발을 주도해, GM 본사와 업무 연계성을 높이고 한국지엠 신차 개발 역량 강화를 목적으로 한다고 한국지엠 측은 설명했다. R&D 법인의 첫 번째 프로젝트는 지난 7월 GM 본사로부터 수주를 따낸 이쿼녹슥 후속 모델이 될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지엠은 이를 위해 신규 엔지니어도 채용할 계획이다. 연말부터는 이쿼녹스 신차 개발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노조는 한국지엠이 법인을 분리하게 되면 한국지엠 생산법인은 생산하청기지로 전락해 구조조정이 본격화되고 장기적으로는 공장 폐쇄 또는 매각이 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신설법인이 설립되면서 현재 한국지엠 총 인원 1만3000여명이 각각 생산공장 1만명, R&D 법인 3000명으로 분리되는 만큼 노조 세력 '약화'는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노조는 법인 분할이 결정된 만큼 파업으로 응수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15∼16일 조합원을 대상으로 진행된 쟁의행위 찬반 투표는 78.2%의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됐다. 22일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조정중지 결정을 할 경우 노조는 파업 등을 할 수 있는 쟁의권을 확보하게 된다.

노조 측은 “R&D 전담 신설 법인이 설립되면 나머지 생산 기능은 축소하는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이라며 “군산공장 폐쇄와 3000여명의 생존권을 앗아간 GM이 법인분리라는 꼼수로 먹튀 수순을 밟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노조는 이날 주총 개최를 막기 위해 오후 1시부터 한국지엠 사장실 출입구 점거를 시도했다. 사측은 사장실로 이어지는 부평 본사 3층 계단 출입구 문을 걸어 잠그고 용역업체 직원을 배치해 노조의 진입을 저지하려 했지만, 노조에서는 쇠 지레를 이용해 1시 50분께 사장실 입구까지 진입했다. 산업은행 관계자 역시 노조에 막혀 주총에 참석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한국지엠 측은 단독으로 안건을 의결 시켰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