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한국형 우버' 왜 안나오나?

[이슈분석]'한국형 우버' 왜 안나오나?

2015년 우리정부의 문전박대를 당했던 '우버'의 당시 기업가치는 4조원. 하지만 최근 골드만삭스·모건스탠리 평가에서는 1200억달러(약 134조9000억원)까지 뛰었다. 미국 3대 완성차인 제너럴모터스(GM)·포드·피아트크라이슬러(FCA)의 시가총액을 합친 것보다 높다.

공유경제 모델로 승차공유(카풀)·차량공유(카셰어링)이 글로벌 시장 대세로 자리를 잡고 있다. 하지만 정보통신기술(ICT) 강국 우리나라는 대중화 여건까지 갖추고도 택시 수요를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새로운 기회를 잃고 있다.

◇지금이 '차량·승차 공유' 논의할 적기

최근까지 협력관계였던 카카오(택시)와 택시 업계가 적대적인 대립 관계로 바꿨다. 카카오의 자회사인 카카오모빌리티가 '카카오T'에 택시·대리운전에 승차공유('카카오T카풀') 서비스를 추가하면서다.

택시 업계는 법으로 금지한 자가용 영업행위를 인정하게 될 경우 국내 택시 산업이 무너질 수 있다고 크게 반발하고 있다. 급기야 택시 업계가 지난 18일 대규모 파업으로 맞서면서 '공유경제' 서비스가 사회적 이슈로 부상했다.

이 서비스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차를 타려는 사람과 태워 주려는 사람을 매개하고 수수료를 받는다는 점에서 기존의 '카카오택시'와 비슷하다. 하지만 스마트폰 앱에 등록된 차량이 영업용 차량이 아닌 자가용이나 렌터카도 포함되면서 택시 업계 생존권 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그러나 자동차·IT업계는 카풀 서비스는 합법이며 시대 변화이자, 산업 기회라는 분위기다. 글로벌 차량 공유서비스 '우버'는 2013년 국내 서비스를 론칭했으나 당시 택시업계와 서울시의 마찰로 결국 2015년 3월 서비스를 중단했다. 하지만 이 서비스는 미국과 유럽·동남아 등 세계 수십개 국가로 급속하게 퍼져나갔다. 지금까지 승차·차량공유를 반대했던 국가도 최근 입장을 바꿨다. 핀란드·영국은 각각 지난 7·6월부터 우버 영업을 승인했고 이집트·브라질도 최근 카풀 서비스를 정식 교통수단으로 인정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조만간 택시업계와 대화로 사회적 갈등 진화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지금이 정부 정책 변화를 이끌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는 판단으로 해석된다. 최영석 선문대 교수는 “차량·승차 공유는 도심 차량을 줄일 수 있고, 자동차와 ICT를 융합한 새로운 미래차 산업의 기회가 될 것”이라며 “내년부터 전국적으로 택시요금 인상이 추진되는 만큼 지금이 차량공유를 도입할 적기로, (택시)업계를 고려해 단계적 도입이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싱가포르의 차량공유 서비스 그랩.
싱가포르의 차량공유 서비스 그랩.
중동 우버라고 불리는 카림(Careem).
중동 우버라고 불리는 카림(Careem).
우버.
우버.
중국 최대 차량 공유 업체 디디추싱.
중국 최대 차량 공유 업체 디디추싱.

◇현대차는 해외로 '우회' 쏘카는 택시 외 시장 '노크'

현대차는 카셰어링을 포함한 미래 모빌리티 서비스에 공격적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동남아 1위 차량공유 업체인 그랩을 포함해 다양한 업체와 협력을 맺었고 최근에는 유럽, 미국 업체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그러나 현대차 투자는 해외에서만 활발하다. 정작 국내에서는 별다른 투자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최근까지 국내 차량 공유 업체에 했던 투자금도 정리된 상태다. 택시업계의 강한 반발과 정부 규제로 카셰어링 사업이 제대로 성장하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지난 1월 동남아 모빌리티 시장 진출과 차량공유 사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그랩'에 전략 투자를 단행했다. 그랩은 현재 동남아 호출형 차량공유 시장의 75%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라 인도 차량공유 업체인 '레브' 호주 개인간 차량대여 연결업체인 카넥스트도어와도 손을 잡았다. 네덜란드 카셰어링 시장에도 진출한 상태다. 여기에 지난 11일 미국 카셰어링 서비스 비교업체인 '미고'에 전략 투자를 결정하기도 했다. 반면에 국내 투자는 전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관련 업계는 현대차가 투자를 안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택시와 전면전을 피해 차량·승차 공유 서비스를 내놓은 업체도 나왔다. 쏘카 자회사인 VCNC는 이달 승차공유 플랫폼 '타다' 서비스를 론칭했다. 타다는 승객이 모바일 앱으로 택시가 아닌 차량을 호출하고 목적지 도착 후 요금이 자동으로 결제된다는 점에서 승차공유 서비스 '우버'와 비슷하다. 그러나 국내에 들어오자마자 불법으로 고발당한 우버와 달리 타다는 11인승 승합차를 이용해 택시 업계와 마찰을 피했다. 11~15인승 렌터카를 빌려주는 사업자는 운전기사를 함께 알선할 수 있다는 규정이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있기 때문이다.

VCNC가 쏘카 소유의 승합차를 용역업체에서 제공받은 운전기사와 함께 빌려주는 방식이다. 규제는 피했지만 택시업계 반발 가능성은 여전하다. 그동안 '풀러스'와 '차차', '럭시' 등 국내 다양한 승차공유 서비스가 규제나 택시 업계 반발을 뛰어넘은 적이 없어 향후 사업 전개가 주목된다.

◇'몰릴 때만 몰리는 택시'…시장 수요는 '뒷전'

승차·차량 공유 업계는 출퇴근 시간 택시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차량공유 시장이 활성화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최근 발간한 자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달 20일 오전 8시부터 1시간 동안 카카오택시 호출은 20만5000건에 달한 반면 당시 배차를 수락한 차량은 3만7000대에 불과했다. 택시 호출의 80% 이상, 공급이 불가능했다는 얘기다. 또한 최근 서울연구원도 보고서를 통해 승객이 몰리는 오전 8~9시, 오후 11~12시에는 서울에서만 택시가 6000대가량 부족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데도 갈등을 중재해야 할 정부는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현행법에서는 출퇴근 시간에 한해 자가용의 카풀 영업을 허용하고 있지만 출퇴근 시간 범위, 하루 운행 횟수 등에 대한 명확한 규정은 없다. 정부가 카풀 가능 시간 대 등을 규정한 가이드라인을 내놓는 게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표】글로벌 승차·차량 공유 업체 현황(자료 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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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