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상생결제' 주무부처 중기부, 산하기관 도입률 '0'

중기부, 대기업 참여 독려하다...정작 산하 12곳 도입률 '제로'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공기업·공공기관이 중소기업을 위한 상생결제 제도 자체를 도입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중기부는 대기업에 상생결제 도입을 관리하는 주무 부처다. 대기업 참여를 독려해 온 중기부는 할 말이 없게 됐다. 중기부가 추진하는 공기업·준정부기관 상생결제 활용 의무화를 담은 법안도 1년 넘게 국회에 계류돼 있다.

22일 전자신문이 정부 부처별 상생결제 운용 실적을 확인한 결과 9월 말 기준 상생결제를 도입한 공공기관은 전체 338개 가운데 42곳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상생결제를 운용하는 곳은 산자부 관할이 20개로 가장 많고, 노동부(11개)·문화체육관광부(3개)·국토교통부(2개)·농림축산식품부(2개) 등으로 조사됐다. 행정안전부, 환경부, 인사혁신처, 경찰청도 각 1개로 집계됐다.

정작 주무 부처인 중기부 산하 공공기관에서는 상생결제 제도를 운용하는 곳이 한 곳도 없었다.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중기부 소관 공기업, 준정부기관, 공공기관은 12곳이다. 중소기업진흥공단, 기술보증기금,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중소기업유통센터, 창업진흥원, 중소기업연구원, 신용보증재단중앙회, 한국벤처투자, 공영홈쇼핑, 장애인기업종합지원센터, 한국산학연합회 등이다. 모두 중소벤처기업을 지원하거나 관련 제도·정책을 실무 운영하는 곳이다.

상생결제 제도(자료:상생결제 홈페이지)
상생결제 제도(자료:상생결제 홈페이지)

상생결제 제도는 은행이 대금 지급을 보증하는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 결제시스템이다. 거래기업이 예정 결제일에 현금 지급을 보장받고, 결제 날짜 이전이라 해도 대기업·공공기관 수준의 낮은 금융 비용으로 물품대금 현금화를 지원한다.

상생결제 예치 계좌에 납품 대금을 보관한 후 거래 기업에 직접 지급한다. 상위 거래 기업이 부도를 내더라도 하위 거래 기업 대금 회수를 보장한다. 대금 지급 지연, 쪼개기 지급 등 이른바 '갑질'로 불리는 불공정한 거래 관행도 예방한다. 지난달부터는 상생결제 수혜 기업의 상생결제 내리 지급을 의무화한 상생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2~3차 등 하위 협력사 혜택도 기대된다.

중기부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생태계 구축 방안 일환으로 대기업은 물론 공공기관 상생결제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공공조달 시장의 지난해 중소기업 제품 구매액은 90조원을 돌파했다. 상생결제 확산·보급을 위한 핵심 시장이다.

제도 정착을 위해 공공기관 우선 참여는 필수다.

공공기관과 거래하는 중소기업 관계자는 “조달청 '하도급지킴이' 등 기존 결제시스템도 있지만 하도급 대금 지급 여부를 발주자가 계속 관리하는 방식”이라면서 “은행이 지급을 보증하는 상생결제가 유리한데 '을' 입장에서 먼저 상생결제로 대금 지급을 요구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 상생결제는 기업 자율로 도입 여부를 결정한다. 공공기관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기업 및 준정부기관은 현금 결제 또는 상생결제를 통해서만 대금을 지급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으나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중기부는 지난해 산자부로부터 상생결제 관련 업무를 이관 받아 1년여 제도 정비에 집중했다고 답변했다. 제도 정비하느라 정작 중기부 산하기관을 챙기지 못했다는 뜻이다. 중기부는 앞으로 공공기관 상생결제 의무 법제화를 추진하면서 산하 기관 참여도 독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기부 관계자는 “업무 이관 후 상생협력법 개정안 시행 준비 등 당면 제도 정비에 역량을 투입했다”며 “현재 공공기관 상생결제 도입이 의무는 아니지만 소관 기관 참여를 독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생결제 제도 도입 첫해인 2015년 상생결제로 24조5000억원이 지급됐다. 2016년 66조6000억원, 2017년 93조5000억원으로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9월 말 기준 상생결제를 도입한 구매 기업은 대기업, 중견기업, 공공기관을 포함해 총 340개사다. 거래 기업 약정은 17만3969개사(기업 및 은행 간 중복 포함)에 이른다.


중소벤처기업부 소관 공공기관(분류기준: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단독]'상생결제' 주무부처 중기부, 산하기관 도입률 '0'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