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넘어 민간금융SW 헤드카운팅 발주 관행도 바꾼다

금융 분야 소프트웨어(SW) 계약 헤드카운팅 관행이 내년부터 대폭 개선된다.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 금융공공기관 내규에 헤드카운팅 관련 규정을 담아 이행 여부를 금융 당국이 직접 점검한다. 민간 금융회사의 SW 발주도 가이드라인 제정 등을 통해 자율 개선에 나설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23일 금융 분야 SW 외주 계약 헤드카운팅 관행 개선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개선 방안을 밝혔다.

헤드카운팅은 프로젝트에 실제 투입되는 인원을 기준으로 사업비를 계산하고 인력 투입 현황을 확인, 계획보다 인력이 덜 투입되면 대금을 적게 지급하던 관행이다. 이로 인해 SW 사업 계약에 발주사가 SW 투입 인력의 근태 관리를 할 수 있게 하거나 계약과 무관한 사업에도 인력 투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각종 부작용이 빈번했다.

금융 당국은 우선 올해 말까지 산업은행, 기업은행, 예탁결제원, 예금보험공사, 신용보증기금, 캠코, 주택금융공사, 서민금융진흥원 등 8개 금융 공공기관의 내규에 헤드카운팅 관련 규정 의무를 반영·이행하도록 했다.

이에 앞서 행정안전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이 전자정부법과 소프트웨어산업법을 개정해 헤드카운팅 금지 및 핵심 인력 관리 근거를 삭제한 것과 마찬가지로 금융 공공기관 이행 방향을 점검하도록 했다.

민간 금융회사에는 가이드라인 제정 등의 방법으로 헤드카운팅 관행을 자체 수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은행연합회, 금융투자협회 등 6개 금융권 협회를 통해 자율 개선 방안을 마련하도록 할 계획이다. 현재 각 협회는 헤드카운팅 실태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금융 당국에서는 자율 개선이 미흡할 경우 가이드라인 도입까지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 공공기관과 민간 금융회사의 SW 외주 관행 개선에 따라 국내 SW 산업 전체 제도 개선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정보기술(IT) 서비스 시장 가운데 금융 부문과 공공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47.5%에 이른다.

임동원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금융 SW 사업 부문에 요구 사항 명확화, 파견근무 관행 근절 등 헤드카운팅 문제 개선을 통해 문제점을 해결한다면 전체 SW 산업에 미치는 긍정 영향이 클 것”이라면서 “헤드카운팅 문제 개선으로 SW기업은 혁신 노력 및 생산성 향상을 위한 비용 절감 노력을 할 수 있고, 그 결과가 역량 강화를 위한 재투자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각 금융회사의 SW 관련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점은 숙제다. 금융회사가 원하는 정확한 기능 측정을 위해 세부 요구 사항 도출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제 내규 적용이 확정된 금융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자율 도입을 앞둔 민간 금융회사도 반발하고 있다. SW 업계에 만연한 '갑질' 관행 자체를 손보는 것이 아니라 계약 방법을 문제 삼는 것은 지나치다는 불만이다.

한 공공 금융기관 관계자는 “그동안 대부분 금융기관은 외주 개발에 의지해 와서 직원의 IT 역량이 미흡하다”면서 “인력 확보와 이를 적용할 시간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