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교수포럼의 정책 시시비비]<21>폭증하는 예타 기획, 전문기관이 제 역할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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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하반기에 과학기술계에서 가장 큰 관심사는 국가연구개발사업 예비타당성(예타)조사 제도를 누가 맡느냐는 것이었다.

기존에 맡던 기획재정부가 유지할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이관될지가 주목됐다. 결국 과기정통부 행으로 교통정리가 됐다. 제도 개선도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ET교수포럼의 정책 시시비비]<21>폭증하는 예타 기획, 전문기관이 제 역할 찾아야 한다

올해 4월에 발표된 제도 개선안을 보면 기술성 평가에 통과하면 바로 예타 대상으로 선정함으로써 기존 3단계인 과정을 2단계로 조정했다. 수행 기간도 평균 1년 이상에서 6개월 이내로 줄였다. 탈락 사업 가운데 기획을 보완한 경우 재심을 허용하는 등 운영의 유연성과 효율성이 크게 향상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처럼 예타 제도 전반이 정비됨에 따라 그동안 추이를 주시하고 있던 각 부처와 산하 R&D 전담 기관도 일제히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일몰제에 따라 기존 R&D 사업도 다시 평가를 받아야 하는 만큼 올해 4분기 신청을 준비하고 있는 사업이 부처에 따라 많게는 20개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예타 기획이 폭증하다 보니 우려 섞인 목소리도 들려온다. 무엇보다 R&D 전담 기관 주도의 면밀한 기획이 되기보다는 밀어내기 식 기획이 되고 있다는 우려다. 전담 기관이 내부 전문성을 활용해서 기획 작업을 주도하기보다 컨설팅사에 의존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국가재정법, 과학기술기본법, 국가연구개발사업 예타 조사 운용 지침 등을 제·개정하여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기획 완성도를 제고하기 위한 노력과는 별개로 실제 예타 기획 현장에서는 사업 기획의 품질이 오히려 이전보다 떨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예타 효율화 방안은 무엇보다 그동안의 비효율성을 많이 걷어낼 것이라고 기대를 받았다.

이 같은 방안이 정착되기 위해선 정부와 전담 기관 모두 운영 과정 전반에 걸쳐 개선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첫째 이번 예타가 일몰 사업 다시 살리기가 아니라 국가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한 진정한 새로운 기획으로 접근돼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예타 제도를 어떻게 개선해도 20조원 규모 R&D 예산의 전략 및 효율 배분은 요원하다.

둘째 예타 기획 과정에서 각 부처와 산하 R&D 전담 기관이 주도하도록 운영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예타 제도가 자리를 잡아 가면 갈수록 전담 기관이 전체 기획을 외주로 주고, 그 과정에서 실무 전문성이 더 떨어지는 모순 상황은 없어야 한다. 민간의 전문성은 충분히 활용하되 적정 수준을 찾아야 한다.

셋째 전담 기관이 자체로 우수한 기획 제도를 확립하도록 하는 것이다. 전담 기관의 기획 전문성이 예타 제도 전체의 운영 효율성을 배가시킬 수 있는 최선의 안전망이 될 것인 만큼 자체 운영 체계가 확립돼야 한다.

넷째는 예타 과정에 필요한 전문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제도의 효율 운영을 위해서는 심의·평가에 요구되는 전문성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인 만큼 예타 자문위원의 적극 참여와 전문성 제고를 위한 다양한 인센티브 및 역량 관리 체계도 필요하다.

예타 제도가 하루아침에 정착될 수 없다. R&D 전문 기관도 부담이 될 터이고 컨설팅사도 볼멘소리를 낼 것이다.

과기정통부도 그 사이 잰걸음으로 제도 개선 노력을 해 왔음을 잘 안다. 그러나 이 노력이 기대한 결실을 맺기 위해선 제도에 영향을 미치는 현장에 있는 이들을 이해시키고 개선된 제도에 부합하게 움직이도록 해야 한다.

기재부로부터 국가 R&D 예산권을 넘겨받은 과기정통부가 함께 넘겨받은 짐이자 책임이 아닐까 한다.

◇ET교수포럼 명단(가나다 순)=김현수(순천향대), 문주현(동국대), 박재민(건국대), 박호정(고려대), 송성진(성균관대), 오중산(숙명여대), 이우영(연세대), 이젬마(경희대), 이종수(서울대), 정도진(중앙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