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반도체 호실적, 기뻐할 수만 없다

SK하이닉스가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2분기에 이어 매출과 영업이익, 순이익, 영업이익률 모두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쿼드러플 크라운'을 달성한 것이다. SK하이닉스는 25일 공시에서 올 3분기에 매출 11조4168억원, 영업이익 6조4724억원을 각각 거뒀다고 밝혔다.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누적 기준 각각 30조5070억원, 16조4137억원에 달했다. 31일 실적을 발표하는 삼성전자도 신기록이 확실시된다. 반도체 부문에서만 약 25조원 매출과 13조원을 웃도는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증권가에서는 분석했다. '반도체 고점' 논란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신기록 행진이다. 다시 한 번 반도체가 우리 경제 버팀목임을 확인시켰다.

그렇다고 마냥 샴페인을 터뜨릴 수는 없다. 경기 사이클을 타는 반도체 산업 속성상 오르막 다음에 반드시 내리막이 있기 때문이다. 시점 문제지 반도체 경기가 조정에 들어가는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 최근 고점 논란이나 내년 전망을 놓고 낙관론과 비관론이 솔솔 나오는 배경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당분간은 호황을 유지하겠지만 사상 최고 실적에 취하다 보면 자칫 꺾이는 시점을 오판할 수 있다. 여기에 중국 업체가 반도체 굴기를 더욱 강화하면서 대규모 투자에 나서거나 미-중 무역 전쟁이 반도체 분야로 확산되면 유탄을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주지하다시피 반도체는 우리 경제에서 마지막 보루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소규모 개방형 경제가 특징인 우리나라에서 반도체 실적이 전체 경제를 버티는 형국이다. 반도체가 무너진다면 도미노처럼 다른 산업에 악영향을 미치고, 경제 상황은 지금보다 더욱 녹록지 않게 급변할 가능성이 짙다. 그만큼 '반도체 쏠림 현상'이 주는 경고는 엄중하다. 이제는 반도체 호황 이후를 대비한 시나리오를 준비해야 한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화려한 과거 실적에 취해서는 안 된다. 반도체 호황으로 여유가 있을 때 대체할 산업을 길러야 한다. 경제 정책은 타이밍이다. 기회를 놓치면 그만큼 회복이 어려운 게 경제의 기본 속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