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시계 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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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기업 경영 전망엔 '시계 제로'라는 수식어가 많이 붙는다. 그만큼 경기 전망이 좋지 않은 데다 대외 변수 불확실성이 크다는 의미다. 불확실성은 언제나 존재했고 경영 전략에 위기가 화두로 등장하지 않은 적이 없지만 고유가, 환율 변동성 확대, 미-중 무역전쟁, 노동 정책 변화 등이 겹친 올해는 불안감도 더 크다.

국내 스마트폰 후방업계 분위기도 마찬가지다. 삼성 스마트폰 사업이 정점을 찍은 2013년 황금기 이후 줄어든 매출은 제자리걸음이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은 올해 사상 첫 역성장이 예상되는 가운데 급락한 주가가 시장의 쓸쓸한 기대감을 그대로 보여 준다.

취재 현장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는 대부분 비슷하다. 내년 사업 계획을 그릴 엄두조차 내지 못할 정도로 상황이 어렵다고 한다. 스마트폰 출하량은 늘지 않는데 납품 단가는 매분기 떨어지다 보니 생산성 향상과 아이템 확대에 엄청난 노력을 해야 그나마 현상 유지라도 할 수 있다. 연매출 수천억원대라는 대기업 1차 협력사도 자칫 품질 사고가 한 번이라도 나면 크게 휘청댈 수 있다.

이런 가운데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앞으로 몇 년 성장을 자신하는 기업도 있다. 그리고 이들 기업엔 빤하지만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오랫동안 묵묵히 한 길을 걸어서 결국 추종을 불허하는 기술력을 보유하게 된 시장 개척자이거나 끊임없이 시장 트렌드를 연구하고 신사업을 육성하면서 이에 맞춰 변화해 왔다는 점이다.

개척자들은 남들보다 한발 먼저 시장 초기 제품 개발에 뛰어들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위치를 차지했다. 묵묵히 땀 흘린 노력이 빛을 발하려면 시장 트렌드와 맞아떨어지는 운도 작용해야겠지만 대부분은 잔재주를 부리기보다 핵심인 경쟁력 확보를 위해 노력했다.

무너지는 시장에 매몰되지 않고 제2 도약에 성공한 기업들은 선행 개발에 엄청난 자원을 투입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해외 전시회를 발로 뛰어 돌아다니고, 연구개발(R&D)에 아끼지 않고 투자했으며, 시장 변화 방향 예상과 예측에 많은 노력을 할애했다.

아이템 선정, 기술 개발, 시장 선점, 시장을 읽는 안목 등 기업 경영에 '정답'은 없지만 '정도'는 있다.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