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의료기기' 경쟁력, 인증·네트워크·품질에 달렸다

25일 가천대의대에서 열린 K-의료기기 이노베이션 전략 심포지엄에서 국내 의료기기 기업, 병원 관계자가 기념 촬영했다.
25일 가천대의대에서 열린 K-의료기기 이노베이션 전략 심포지엄에서 국내 의료기기 기업, 병원 관계자가 기념 촬영했다.

“국산 의료기기산업은 선진국 규제 동향과 기술 트렌드를 파악하고, 소프트웨어(SW) 첨단화에 대응하지 못하면 세계 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습니다.”

25일 전자신문과 가천대길병원 의료기기융합센터가 공동 주최한 'K-의료기기 이노베이션 전략 포럼'에서는 의료기기 산업 육성을 위해 정부, 기업 선제적 대응 목소리가 높았다. 연매출 50억원 미만 영세기업이 90%가 넘는 국산 의료기기 업계가 주류인 국내 산업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인증(Certification), 글로벌 네트워크(Global network), SW 품질(Validation)로 대변되는 'C-G-V' 전략이 강조됐다.

의료기기 산업은 빅데이터, 인공지능(AI)으로 대변되는 신기술 접목과 이를 검증하는 안전성이 화두다.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15년 의료기기 SW 허가·심사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유럽, 미국도 의료기기 인허가 시 SW 부문을 별도 인증을 의무화했다. 국산 의료기기 기업 대다수가 SW 개발을 외주를 주는 상황으로 자칫 수출 장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K-의료기기 이노베이션 전략 심포지엄이 25일 인천 가천길병원에서 열렸다. 김은혜 TUV 선임 심사원이 유럽인증,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 - 새로운 EU MDR소개를 하고 있다. 인천=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K-의료기기 이노베이션 전략 심포지엄이 25일 인천 가천길병원에서 열렸다. 김은혜 TUV 선임 심사원이 유럽인증,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 - 새로운 EU MDR소개를 하고 있다. 인천=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김은혜 TUV 선임 심사원은 “과거 유럽CE인증은 HW와 SW가 통합돼 HW 기준을 따랐지만, 이제는 SW 단독으로 인증을 받아야 한다”면서 “의료기기 등급에 따른 SW 규정을 파악해 CE인증 획득을 위한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이 주류인 국산 의료기기 산업에 글로벌 기업과 협업도 경쟁력을 높일 방법이다.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이 보유한 노하우,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동시에 펀드 지원 프로그램 등을 이용한다.

이해성 존슨앤존슨(J&J) 이노베이션 이사는 “헬스케어산업은 다양한 기업, 기술, 아이디어, 전문가와 네트워크로 혁신을 추구해야 한다”면서 “J&J는 홍릉바이오허브에 사무소를 개소하고 현재 4개 기업을 지원하는데, 올해 한 곳을 추가로 지정해 사업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김동우 메드트로닉 상무는 “세계 의료기기 시장에서 가능성이 높은 분야는 심혈관질환인데, 우리나라 의료기기 기업 주요 수출 품목은 하나도 없다”면서 “잠재력이 높은 분야를 중심으로 기술개발을 시도하면서 부족한 부분은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과 협업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연도별 국내 의료기기 수출 실적
연도별 국내 의료기기 수출 실적

미래 의료기기 산업 경쟁력은 SW에 달렸다. HW가 주류를 이뤘던 대형 의료기기에서 데이터에 기반한 진단, 예측, 맞춤형 치료법 제시 등 첨단 의료기기가 SW로 구현되기 때문이다. SW 개발단계부터 최종 허가까지 전주기 관리가 중요하다.

최진영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방사선 암치료기 테라-25는 SW 오류로 3명이 사망할 만큼 의료기기 SW 문제는 환자 생명과 직결된다”면서 “국내 의료기기 기업의 개발 성숙도와 테스팅, 사이버 보안 기술 확보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김선태 가천대 길병원 의료기기융합센터장은 “의료기기 중개임상시험센터를 운영하면서 100여개 국산 의료기기업체를 컨설팅해 보니 가장 어려운 게 SW 역량 확보”라면서 “개발단계부터 SW 인증을 염두에 둔 프로세스 마련과 국가 차원에서 의료기기 SW 전문인력 양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전자신문 CIOBIZ]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