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금 장사' '신탁단체 방만운영'... 디지털시대 저작권 문제 해법찾는다

#최근 공공기관과 학교 현장에 '폰트' 주의보가 내려졌다. 인쇄물에 사용된 폰트를 가정통신문에 올렸다가 저작권자를 대리한 로펌으로부터 폰트 전체 가격보다 비싼 합의금을 내라는 요구를 받았다. 저작권 보호가 '합의금 장사'로 변질됐다.

#음악처럼 저작권자가 일일이 저작권을 받기 힘든 분야에서는 유통 대가를 대신 받아주는 신탁관리단체가 있다. 문제는 회원조차도 신탁단체 경영정보를 알 수 없다는 점. 징수와 분배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깜깜이'다.

#영화나 드라마 불법복제물 링크 공유사이트가 인기다. 저작권자는 애가 타지만, 불법복제물 자체에 대한 처벌과 달리 링크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디지털 시대 복제·확산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지만 관련 저작권법과 제도는 제자리걸음이다. 한쪽에서는 저작권법이 악용되고, 다른 쪽에서는 새로운 불법복제 방식에 대응하지 못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저작권 제도 개선 모색을 위해 29∼30일 한국저작권위원회 서울사무소에서 연속토론회를 개최한다.

문체부가 저작권 문제를 공론화하는 첫 토론회다. 문체부는 토론회나 세미나, 간담회 등을 연말까지 이어나갈 예정이다. 이를 토대로 저작권제도 개선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법 개정 작업은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추진된다.

디지털 저작권 이슈는 크게 세 가지다. △저작권 분쟁 해결방안 △불법복제물 링크 사이트 △저작권 위탁관리다.

디지털 저작물이 늘면서 분쟁도 증가하고 있다. 피해 규모나 고의성 여부에 상관없이 모든 저작권 침해가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이를 빌미로 '합의금 장사'가 만연해졌다.

이 때문에 규모가 작은 침해는 형사가 아니라 민사소송으로 제한하는 여러 법안이 의원입법을 통해 발의됐다. 일정 규모 이하로 제한하거나, 조정을 도입하는 안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반대 급부로 권리자가 손해를 충분히 보전받도록 하기 위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자는 제안도 있다.

경찰의 음악저작권협회 비리 관련 압수수색을 계기로 신탁관리단체에 대한 투명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드라마나 영화 같은 영상저작물은 불법복제물 링크 사이트로 인한 피해가 심각하지만, 법원은 사이트 운영자 책임을 묻는 것에 소극적이다. 저작권자는 저작권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철남 충남대 교수는 링크 행위 자체와 링크 전문사이트 운영자 규제를 분리할 것을 제안했다. 링크를 불법복제물이라고 인식하면서도 영리목적으로 할 경우에는 저작권 침해로 볼 수 있으며, 불법복제물 링크 제공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링크 사이트는 저작권 침해로 처벌하자는 것이다.
문영호 문체부 저작권국장은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기존 저작권 제도의 한계를 극복하고 창작과 이용 사이의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는 것, 유연하면서도 미래 지향적인 '저작권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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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보경 정책 전문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