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은산분리 완화처럼...미디어 시장에도 소유겸영 규제 완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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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욱 변호사(법무법인 주원)/한국IT법학연구소 부소장
<김진욱 변호사(법무법인 주원)/한국IT법학연구소 부소장>

지난달 산업자본의 금융기관 지분 보유를 제한한 이른바 은산분리 규제 완화가 국회를 통과했다. 인터넷전문은행 업계는 신규 투자 확대로 소비자에게 혁신 맞춤형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돼 고무된 분위기다.

KT와 카카오가 각각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동안 은산분리 규제로 자본금 확대와 투자 유치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대규모 자본 유치 기회를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자본금 부족으로 빚어진 인터넷은행 이용자 불편이 해소됨과 더불어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이용자 맞춤형의 혁신 금융상품을 출시, 수익 창출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정보통신 업계가 은산분리 규제 완화 특례를 부여받은 것처럼 '산업자본의 방송 소유겸영 지분 제한 완화'도 함께 논의될 필요가 있다.

통신과 방송 융합 현실 아래 온라인동영상 서비스(OTT)와 경쟁에 직면한 국내 미디어 업계 역시 양질의 콘텐츠를 지속해서 만들어 내기 때문에 턱없이 부족한 제작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규모 자본 유입이 절실하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판권을 사들여 세계 190개국에 배급키로 한 글로벌 OTT사업자 넷플릭스를 보자. 우수한 우리 미디어콘텐츠 제작을 지원하고 해외 판권을 인정받아 세계에 배급함으로써 수익성을 극대화했다.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의 유튜브 채널이 세계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비슷한 양상이다.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 막대한 자본력을 갖춘 글로벌 사업자와 국내 통신사의 국내 미디어 시장 공략에 따른 급격한 가입자 증가 추세 속에 지상파방송사로 대표돼 온 미디어 기업은 속수무책이다.

정치 논리에 매몰돼 경영 성과에는 전혀 무관심한 것처럼 보이는 현재 공영방송에선 시청자를 위한 양질의 콘텐츠 제작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상파 중간 광고 확대 등 지엽 및 단기 방편만으로는 침체된 미디어 산업 위기를 극복하기 쉽지 않다.

실시간 방송을 보기 위해 시청자가 TV 앞에 모여 앉는 시대는 이미 오래된 과거다. 고리타분한 방송 이념과 가치 논쟁은 이제 그만 역사의 뒤안길로 보내도 괜찮지 않나 싶다.

공익성과 시청권이 강조될 수밖에 없는 최소한 영역은 제외하고서라도 이제는 과감하게 방송 소유 지분 제한 완화를 통한 대규모 투자 및 콘텐츠 재원을 확보, 국내 미디어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어야 한다. 미래 먹거리·수익 창출로 제2, 제3의 한류 콘텐츠를 세계에 수출할 기회를 이어 가야 한다.

현행 방송법 등 관계 법률상 지상파방송사업자의 소유 지분 제한 규제를 비롯해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와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의 겸영 제한 규제는 설비 및 콘텐츠에 대한 유의미한 투자를 제약할 뿐만 아니라 겨우 명맥만 유지하며 발목만 잡는 형국이다.

지상파, 종편, 케이블, IPTV 등 방송사에 대해 소유 겸영 제한을 대폭 완화함과 아울러 1인 소유 지분 제한 비율 역시 상향함으로써 내부 소유 다양성 조건을 유지하는 선에서 지배주주 추가 출자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규제 완화가 이뤄져야 한다. 대규모 투자 유치 및 콘텐츠 제작을 위한 재원 마련이 가능해진다.

늦었다고 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격언처럼 과거에 얽매여 국내 미디어 기업이 시청자에게 좋은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 기회를 해외 기업에 죄다 빼앗길 위험으로부터 서둘러 벗어나게끔 길을 열어 줘야 한다.

현재 미디어 시장은 국경과 산업 분야를 뛰어넘어 주도권 쟁탈전이 치열하다. 정작 미디어 산업 발전 지원과 시청자 권익 보호 정책을 주관해야 할 방송통신위원회가 팔짱만 끼고 있는 모양새를 보여서는 안 된다.

나날이 심화되는 미디어 콘텐츠, 플랫폼을 두고 벌어지는 글로벌 경쟁에 유효적절하게 대응하고, 한류의 성공을 이어 가기 위해 산업 자본의 방송 소유 지분 제한 완화 논의를 시급히 진행하길 기대해 본다. 글로벌 미디어그룹 탄생을 견인해야 한다.

김진욱 법무법인 주원 변호사·한국IT법학연구소 부소장 kjuarea@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