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헤드카운팅 철폐, 말보다 실행으로 증명해야

[기자수첩]헤드카운팅 철폐, 말보다 실행으로 증명해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산업 가운데 정보기술(IT) 도입에 가장 앞장서는 분야가 금융권이다. 핀테크, 인터넷전문은행 등 금융권 패러다임이 IT를 중심으로 움직인다. 제조, 유통 등 과거 IT에 민감해 하던 분야보다 IT 도입과 활용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보수 성격이 강한 금융권이 신기술 도입에 나서는 이유는 IT로 혁신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최근 금융권이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민감 데이터 수집과 활용까지 과감하게 빗장을 푼 이유도 동일하다.

여기에 더해 금융권이 해묵은 관행 철폐에 동참했다. IT 프로젝트에 투입 인력과 근무 기간 등을 기준으로 사업비를 산정하는 '헤드카운팅' 방식을 개선한다고 발표했다. 헤드카운팅은 금융뿐만 아니라 공공 등 전 산업 IT 프로젝트에서 철폐 대상 1호로 꼽힌다. 헤드카운팅은 투입 인력 근태 관리에 초점이 맞춰져 IT 개발 창의력과 자율성을 떨어뜨린다.

IT로 혁신을 준비하는 금융권이 헤드카운팅 관행을 개선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고무되는 일이다. IT 혁신은 신기술 도입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신기술을 도입해 적용하는 프로젝트가 성공리에 진행돼야 한다. 프로젝트 성공은 헤드카운팅 방식으로 달성하기 어렵다. IT 전문 집단을 믿고 창의력과 자율성을 보장해야 프로젝트 질을 높일 수 있다. 금융권이 단순히 IT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아니라 관련 관행 개선에 나섰다는 점이 높이 평가 받는 이유다.

남은 것은 실행이다. 헤드카운팅이 왜 문제이고 개선해야 하는지 공감대가 형성됐다. 금융권은 연내 헤드카운팅 관련 규정 의무를 내규에 반영하고 협회 차원에서 자율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문제 인식 확산과 실행은 또 다른 문제다. 현장에서 헤드카운팅 관행이 제대로 근절되기 위해서는 금융권 인식 확산과 실행력이 중요하다.

금융권보다 앞서 가이드라인 등을 마련해 시행한 공공도 아직 헤드카운팅 관행에서 완전히 탈피하지 못했다. 말로만 철폐를 외쳐선 안 된다. 자율 가이드라인 마련도 마찬가지다. 자율에 맡기고 누구도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실행을 담보하기 어렵다. 국정감사 지적에 따른 일시 발표는 안 된다. IT 혁신을 이루기 위한 중장기 관점에서 헤드카운팅 철폐를 위한 구체화 및 체계화된 움직임을 시작하자.

김지선 SW 전문기자 riv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