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수뇌부 “법인분리 결국 독립회사 가는 길”…한국지엠 철수 우려↑

제너럴모터스(GM) 경영진이 한국지엠 생산과 연구개발(R&D) 법인 분리 정당성에 대해 '독자생존' 구조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메리 바라 GM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법인 분리 관련 한국지엠 노조를 설득하기 위해 방한한다.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은 국정감사에서 법인 분리 정당성을 설명했다. 하지만 국회와 노조 측에서는 한국지엠 생산법인 철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메리 바라 제너럴모터스(GM)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
메리 바라 제너럴모터스(GM)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

29일 한국지엠 노사에 따르면 바라 회장은 최근 임한택 전국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장에게 서신을 보내 “(법인분리를 통한) 전담 엔지니어링 서비스 회사 설립은 한국에 대한 지엠의 장기적 결속을 더욱 강화시켜 줄 것”이라면서 “조만간 한국지엠을 방문해 지부장과 (산은, 한국정부 등)다른 주요 이해관계자를 만나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임한택 지부장은 23일 바라 회장에게 이메일을 보내 한국지엠 R&D 법인신설과 관련해 면담을 요청했다. 임 지부장은 서신에서 “바라 회장이 충분한 설명과 자료제공 등 대화를 통해 사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해달라”고 서술했다.

바라 회장은 서신에서 한국지엠 법인분리 정당성을 강조했다. R&D 법인이 분리되면 집중 경영, 투명성 증대, 운영효율 증대 등 이점이 있어 GM이 미래 연구개발 업무를 한국에 배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바라 회장은 “한국지엠 연구개발팀은 전략적으로 중요한 글로벌 프로그램을 배정받아 왔다”면서 “분할은 연구개발 회사와 생산부문 모두가 수익성 있으며 독자생존한 사업부문으로 자립하도록 해주는 중요한 단계라고 보고, 법인 분할이 완료된 이후 한국지엠에 추가 업무를 부여하는 것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노조 측은 “노조 요구·기대와 달리 신설법인을 설립해도 잘 될 것이라는 서신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면서 “한국을 방문한다면 법인 분리 전인 11월 중 방문해 노동조합과 담판을 짓기를 촉구한다”고 했다.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

카젬 사장도 이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법인 분리가 한국지엠 경쟁력 향상을 위한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카젬 사장은 10일 국회 산자위에서 참고인으로 채택됐지만 산업은행이 법원에 낸 주총 개최 금지 가처분 신청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에 산자위는 22일 전체회의를 열어 카젬 사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카젬 사장은 “최근 GM이 한국지엠에 배정한 글로벌 콤팩트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프로그램은 한국지엠 능력을 인정하는 자신감의 표시”라면서 “GM 테크니컬센터 코리아 주식회사 설립에 이어 한국지엠이 국내 생산과 수출, 내수 판매에 더 집중하는 계기가 될 것이고, 고품질 차량과 파워트레인, 부품을 생산하는 경쟁력 있는 회사가 되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에서는 이에 대해 GM이 향후 한국지엠의 단계적 철수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정유섭 자유한국당 의원은 “GM이 한국지엠을 GM 생산과 R&D 용역을 수행하는 각각의 독립회사로 분리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면서 “우리나라 기간산업인 자동차산업을 위해 국민혈세를 투입해가며 한국지엠을 회생시키기로 결정한 것이 결국 GM 하청회사로 귀결됐다”고 비판했다.

조배숙 민주평화당 의원은 “한국 GM은 일방적으로 생산법인과 R&D법인 분리를 추진 중인데, 이는 정부와 GM이 지난 5월 체결한 GM정상화 방안을 명백하게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