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비트코인 10년, 시장은 이미 인정했다

암호화폐가 세상에 나온 지 10년을 맞았다. 31일은 비트코인 창시자 나카모토 사토시가 비트코인과 관련해 9쪽짜리 논문을 발표한 지 딱 10년째 되는 날이었다. 10년 동안 비트코인은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처음 나왔을 때 별 관심이 없었지만 2013년 거래 규모가 100만달러를 돌파하고 시장 가치가 껑충 뛰면서 열풍을 일으켰다. 투기판이라는 경고에도 암호화폐가 연이어 나왔다. 암호화폐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은 31일 시가 총액이 2038억원으로 200조원을 돌파했으며, 화폐 종류만도 2081개에 이른다고 밝혔다. 2013년 시가총액이 22억달러에 불과했으니 5년 사이에 100배 가까이 성장한 것이다.

10년을 맞는 암호화폐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블록체인 산업을 키우는 마중물이라는 시각에서 단순한 투기 수단에 불과하다는 의견까지 나온다. 낙관론과 비관론도 팽팽하다. 일시 유행에 불과하며 조만간 사라진다는 입장에 대해 새로운 화폐시스템으로 봐야 한다는 논리가 맞서고 있다. 규제와 진흥을 놓고 나라마다 바라보는 시각도 천양지차다. 우리도 다르지 않다. 암호화폐 공개(ICO)는 금지하지만 블록체인은 활성화하겠다는 이중 입장을 취하고 있다.

암호화폐를 둘러싼 다양한 시각은 자연스런 현상이다.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가 출연하면 논쟁이 불붙을 수밖에 없다. 중요한 건 시간이다. 찬성과 반대 속에서도 10년이 흘렀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라질 기미는커녕 파생 서비스까지 나와 활기를 띠고 있다. 존재감이 더욱 도드라진다. 하루가 멀다 하게 열리는 행사는 여전히 호황이다. 협회와 학회 설립이 성시를 이루고, 생태계까지 꾸려졌다. 비록 일부에서 투기 목적으로 활용하고 해킹 사례가 나오지만 충분히 시장에서 감당하는 수준이다. 블록체인은 아예 '제2 인터넷'이라는 말까지 들린다. 10년은 짧지 않은 시간이다. 시장에서 검증 받기에 충분하다. 이제는 인정해야 한다. 어정쩡한 태도는 어정쩡한 결과밖에 나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