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페이에 등돌린 카카오페이...수수료 0원의 딜레마

글자 작게 글자 크게 인쇄하기
E
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결국 카카오페이가 정부 제로페이 시범사업 참여를 포기했다.

정부가 제시한 수수료 0원 체계를 수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 주무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도 카카오페이가 이미 깔아놓은 QR체계를 혼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양 측 모두 시범사업 이후, 본 사업 참여 여부는 조율 중이라며 당장의 갈등은 피하고 있지만, 수수료 체계 0원이 시장에 자율 적용되기에는 갈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12월 시행예정인 제로페이 시범사업에 카카오페이가 사업참여를 않기로 결정했다.

균열 조짐은 일찌감치 나타났다. 카카오페이는 제로페이 사업 참여 전, 약 10만개 가맹점에 자체 QR인프라를 깔았다. 하지만 중기부는 제로페이에 기존 QR혼용을 사실상 금지시켰고, 카카오페이는 코드경쟁금지 규정 철회를 요구하며 맞섰다.

양측 협상이 진행됐지만 최종적으로 통합 QR외에는 사용을 금지하는 것으로 결론났다. 이미 깔아놓은 카카오페이 QR이 제로페이와 연동되지 않게 됐다. 결국 카카오페이는 시범사업 포기를 선언했고, 본 사업 참여도 부정적이다.

QR인프라를 확산하는 데에는 의견을 같이 했지만 수수료 0원 체계가 발목을 잡았다. 이 상황에서 제로페이에 참여하면 기존 QR인프라는 무용지물이 되고, 결제 수수료도 받지 못해 사업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반면 중기부와 서울시는 특정 사업자 밀어주기 형태로 제로페이가 추진되면 안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제로페이 주무부처 관계자는 “제로페이 취지는 소상공인에게 수수료를 안 받겠다는 구조인데, 카카오페이가 기존 수익모델을 포기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며 “참여 사업자가 가맹점을 공유하는 구조에서 만약 카카오페이 QR을 수용할 경우 다른 사업자에게 역차별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정부 방침과 다른 허용사례가 나올 경우, 사업 운용에도 막대한 차질이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카카오페이 측은 “약 15만개 결제가맹점과 2500만명이 카카오페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제로페이 참여를 다각도로 검토한 결과 시범사업에 참여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본 사업 참여 가능성은 열어놓고, 여러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제로페이 사업 참여 여부는 온전히 기업이 결정할 몫”이라며 “금융위원회가 확정한 공용 'QR코드 표준'에 부합한다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도록 문은 열려있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아울러 시범사업 불참을 선언한 카카오페이에 대해서도 “기존에 보급한 QR코드 10만여건이 표준과 맞지 않으면 독자적으로 서비스하고, 이후 발급하는 QR은 표준에 맞춰 사업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미 시범사업에서 최대 협력사가 발을 뺀 형국이라 사업 조기 확대에 차질이 예상된다.

정부는 카카오페이 참여가 불발되더라도 제로페이 연내 시행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제로페이 사업자 모집에 은행 18곳이 간편결제 사업자 지위를 갖고 참여를 결정했고, 중대형 간편결제 사업자도 10곳이 참여한다고 밝혔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