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급하면 일을 망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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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틈이 너무 많다. 화재와 관련된 BMW 주장이 잘못됐다는 '충격' 큰 실험 결과를 발표하면서도 우왕좌왕이다. 조사단 내부에서는 흡기다기관 리콜 문제라는 주장과 아직 흡기다기관 자체 문제인지 검증되지 않았다는 주장이 함께 나온다. EGR밸브가 문제라는데 이미 리콜 조치로 교체가 진행되고 있는, 모듈 안에 들어있는 부품이다. 신형 모듈 내 부품은 이 문제가 개선됐는지 여부조차 파악되지 못했다.

화재 재현 자체는 성과일 수 있지만 화재 재현을 통해 밝히려고 한 원인은 여전히 모호하다. '화재 재현'을 홍보하는 자리에서 '원인'이라 할 수 있는 부품 현황 관련 질문에는 “더 알아봐야 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리콜계획서에 나와 있을 법한 내용임에도 그렇다.

한국교통안전공단과 국토교통부는 민간조사단이 독자 조사를 할 수 있도록 전결권을 주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해명했다. 조사만 전담하다 보니 일 처리가 세련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복잡한 조건에서 화재와 같은 사고를 재현하는 것은 원인을 밝혀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화재를 재현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화재 발생 조건을 가설로 놓고 일일이 시험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그 복잡성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민·관 합동 화재조사단을 꾸리고도 실제 자동차를 대상으로 한 시험에 들어가기까지 한 달 넘게 걸렸다는 것은 이를 방증한다.

BMW 주장이 잘못됐는지를 검증하고 또 다른 원인에 의한 화재가 날 수 있는지를 찾아내는 것이 조사단 역할이다. 시험 환경을 갖추는 데에만 한 달 이상 걸렸기 때문에 조사 기간은 두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시험에 참여한 연구원은 “압박이 컸다”고 털어놓았다. 12월까지 조사를 마쳐야 하는 조사단이 압박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조사단 발표에도 EGR밸브를 화재 원인으로 주목한 것을 두고 음모론까지 나온다. 이미 리콜 조치한 모듈 내 부품이어서 추가 리콜 부담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성급한 발표에는 의구심이 따른다. 급하면 일을 망친다.

[기자수첩]급하면 일을 망친다

문보경 정책 전문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