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일하는 스타트업 직원, 마의 벽 2년을 넘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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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사진은 기사와 무관합니다.ⓒ게티이미지뱅크
<해당 사진은 기사와 무관합니다.ⓒ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스타트업 직원 모임에 초대받았다. 5개 업체가 모였다. 한 사람씩 돌아가며 자신을 소개했다. 대리급 여직원 차례. 그는 “2년간 한 회사에 다녔다”는 말로 포문을 열었다. 뜻밖의 반응이 쏟아졌다. 일제히 놀라워하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2년을 버티다니 정말 대단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대·중소기업에서는 가볍게 볼 수 있는 2년이 스타트업 직원들에게는 넘기 힘든 '마의 벽'이 됐다.

스타트업은 단시간에 성과를 내야 한다는 숙제를 떠안고 있다. 직원들 열정이 뒷받침돼야만 풀 수 있는 일들이 산적하다. 야근과 새벽 퇴근은 예삿일로 여겨진다. 일당백 역할이 요구되기도 한다. 한 사람이 마케팅, 영업, 기획 업무를 겸하는 경우가 흔하다.

물론 직원들이 회사 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스타트업 숙명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많다. 오히려 자부심을 느끼기도 한다. 성장 가능성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사회 분위기도 바뀌었다. 스타트업 경력을 높게 쳐주는 기업이 늘었다.

그러나 사람은 로봇이 아니다. 체력적 한계에 부딪히면 의지가 약해지기 마련이다. 열흘 전쯤 한 스타트업 팀장이 2년 넘게 다닌 회사를 떠났다. 그는 재충전할 기회가 없었다고 아쉬워했다. “안식휴가가 있었다면 회사를 계속 다닐 수 있었다”는 퇴사의 변을 전했다.

맨파워로 유지되는 스타트업에게는 직원을 한 명씩 잃을 때마다 충격파가 크다. 시스템으로 굴러가는 대·중소기업보다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장기근속 개념을 스타트업 현실에 맞춰 재정립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일부 스타트업이 이 같은 흐름에 동참했다. 안식휴가 도입 사례가 늘고 있다. 보통 10년을 기준으로 삼는 대·중소기업과 달리 3~5년차 직원이 대상이다. 명함 애플리케이션(앱) 리벰버를 운영하는 드라마앤컴퍼니는 올해 7월부터 3년 근속 직원에게 2주간 안식휴가를 준다.

숙박 앱 여기어때, 호텔·레스토랑 예약 앱 데일리호텔도 입사 후 3년 근속 시 10일치 리프레시 휴가를 쓰게 한다. 장기근속 직원을 확보하려는 각고의 노력이다.

하지만 한계가 분명하다. 유급휴가, 격려금을 통크게 주기에는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다. 당장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창업 초기 스타트업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혜택을 준다고 해서 떠나기로 결심한 직원 마음이 돌아설지 알 수도 없다.

정미나 코리아스타트업포럼 팀장은 “성장 가능성 높은 스타트업에 인재가 유입될 수 있도록 청년내일채움공제와 같은 기존 일자리 사업을 확대·개편해야 한다”며 “안식휴가나 직원복지 역시 기업과 정부가 매칭 방식으로 지원, 근속기간을 늘리는 데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