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인 미디어]마음으로 얼굴을 기억하는 '뷰티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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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드라마 뷰티인사이드 포스터.
<JTBC 드라마 뷰티인사이드 포스터.>

“우리 어디서 봤죠?”

'뷰티인사이드'는 매달 일주일씩 다른 사람 얼굴로 살아가야 하는 여자(한세계)와 타인 얼굴을 전혀 알아보지 못하는 남자(서도재)의 특별한 로맨스를 그린 드라마다.

한세계는 유명 여배우지만 어느 날부터 한 달에 한 번씩 노인·남자·아이 등으로 변신하는 병(?)에 걸리며 신데렐라 스캔들에 휩싸인다. 겉모습이 바뀔 때마다 주변 사람은 한세계를 알아보지 못하지만, 서도재는 유일하게 그녀를 알아본다. 서도재는 안면실인증(안면인식장애)을 겪고 있기 때문에 한세계를 제외한 사람 얼굴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재벌 3세다.

'안면실인증'이란 말은 요아힘 보다머 독일 신경외사 의사를 통해 처음 알려졌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머리에 총상을 입은 후 얼굴을 인지하지 못하는 군인 사례를 보고하면서 만들어낸 용어다. 세계 인구 2% 정도가 안면실인증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뚜렷한 치료법은 없다.

해외 연구에 따르면 안면실인증을 겪는 사람은 상대방 얼굴을 기억하지 못하는 대신 전체적 느낌, 성격, 말투, 걸음걸이, 체형 등으로 기억한다.

영국 본머스 대학 연구진은 안면실인증이 태어날 때부터 발생하는 선천적 경우와, 훗날 외상·뇌졸중·퇴행성 등 뇌 손상으로 인한 후천적 경우가 공존한다고 발표했다. 분명한 점은 안면실인증 원인은 시각장애 또는 지능지수와 개연성이 없다는 것이다. 안면실인증을 겪는 사람 대부분이 상대방 얼굴을 제외한 사물을 인식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는 것으로 이를 증명했다.

알츠하이머와 같은 퇴행성 뇌 질환을 통해서도 안면실인증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일본 구마모토 대학 세키야마 가오루 교수는 치매로 이어질 수 있는 경도인지 장애(MCI) 노인이 한 번 본 얼굴을 단기간에 알아보는 능력은 정상인에 비해 떨어진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가오루 교수는 “MCI 노인은 정상 노인보다 얼굴 중 눈을 바라보는 시간이 적은 데 비해 입을 바라보는 시간이 많았다”면서 “사람 얼굴 전체를 기억하려면 상대방 눈을 바라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안면실인증을 겪는 사람 상당수는 자신이 장애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고 한다. 정신이 없어 기억하지 못하거나, 다른 사람한테 관심이 없어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는 상대방 얼굴을 잘 알아보지 못하는 일이 반복된다면 반드시 정밀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권고한다.

드라마 뷰티인사이드에서 서도재가 한세계 얼굴을 기억하지 못하면서 유일하게 알아볼 수 있었던 것은 상대방 외면이 아닌, 내면을 보는 눈을 익혔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드라마는 정말 중요한 것은 눈·머리가 아닌, 마음으로도 충분히 새겨 넣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