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가 만났습니다]유정아 IPTV방송협회장

유정아 한국IPTV방송협회장
유정아 한국IPTV방송협회장

어린 시절 TV 뉴스로 본 그는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것 같은 인상이었다. 인터뷰 이전 그와 식사를 한 적 있다. 본인 경험이라며 여자로서는 입에 올리기 쉽지 않은 말을 서슴지 않았다. 실제 만났을 때 인상도 어린 시절 그것과 다르지 않았다.

인터뷰에 앞서 곤란한 질문을 했다간 자리를 박차고 나가지 않을 까 하는 걱정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거북한 질문에도 답변을 회피하지 않았다. 낙하산이라는 세간의 평가가 거슬리지 않았느냐고 묻자 알고 있었지만 개의치 않았다고 맞받았다.

기왕에 낙하산이라고 낙인찍혔는데 특별한 일 하지 않고 임기만 채우면 되는 거 아니냐고 묻자, 남들이 뭐라 하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면 된다며 조언(?)으로 응수했다.

유정아 한국IPTV방송협회장이 IPTV 상용화 10주년 기념식에 꽂혀 있는 이유를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기념식에 대해 묻자, 시종일관 막힘이 없고 흥이 나는 듯 했다. 자신감이 엿보였다.

22일 서울 천도교 중앙 대교당에서 'IPTV 10주년 기념식'이 열린다. 1월 유 회장이 취임과 동시에 기념식 준비를 위해 단장을 맡아 기획단을 구성하고 일주일에 한 번씩 회의를 한 게 40차례가 넘었다.

이 뿐만 아니다. IPTV 10주년 백서와 10주년 기념 대중서 'IPTV 어디까지 써봤니' 출간 준비도 완료했다.

초대장도 발송했다. 초대장과 포스터에는 회원사인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상징색을 적절하게 혼합해 담았다. 세심함도 겸비했다.

IPTV방송협회장으로서 즐겁고 재미있게 일하고 있다며 회원사와 협회 구성원에 대한 감사의 마음도 피력했다.

IPTV 10년과 향후 10년 비전을 알릴 기념식 준비를 마치고 기다리는 그의 얼굴에서 피곤함은 찾아볼 수 없고 편안함이 묻어났다.

IPTV방송협회장 취임 이후 첫 인터뷰라는 유 회장은 IPTV 10주년 기념식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많은 듯 했다. IPTV 미래에 대한 소신도 뚜렷했다.

유정아 한국IPTV방송협회장이 김원배 전자신문 통신방송부장과 대담했다.
유정아 한국IPTV방송협회장이 김원배 전자신문 통신방송부장과 대담했다.

대담=김원배 통신방송부장

유정아 한국IPTV방송협회장
유정아 한국IPTV방송협회장

-10주년이 된 IPTV 협회장을 맡은 건 행운인가.

▲행운일 건 없겠지만, 불운일 것도 없다. 불운이 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다. 회원사에 누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불행하지 않도록 노력할 뿐이지 완벽한 행복을 추구할 수 없는 일 아니겠나.

-10주년 기념식을 준비한 이유는.

▲취임하기 이전엔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 IPTV가 10주년이라는데 아직도 제대로 모르는 사람이 절반이다. 아는 사람도 통신 3사가 하는 방송 정도라고 생각하는 게 전부다.

10년간 새로운 미디어플랫폼으로서 성과가 분명하다. 물론 과오도 짚어야 한다. 또 미래비전도 필요하다. 10주년을 계기로 할 만한 일이라 생각했다.

IPTV 10년을 돌아보고 이후 10년 비전에 대해 어떻게 해야할지 의미가 필요했다. 1월 취임 연설문을 쓰면서부터 기념식을 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10주년 기념식 장소로 천도교 중앙 대교당을 정한 데 의미가 있나.

▲(사진을 보여주며)인사동에 위치한 천도교 중앙 대교당의 1920년 모습이다. 극장 같아 보인다. 실내가 고색창연한 것도 있지만 역사적인 장소성을 생각했다.

실제 과거에는 극장으로도 쓰이고 권투경기도 했다. 사람이 모이는 시민의 쉼터로서 일종의 멀티미디어홀 역할을 했다. 1920년대 일제시대 때 시민이 모인 멀티미디어홀 역할이 오늘날 '플랫폼'으로서 IPTV 역할과 유사하다고 생각했다.

-백서와 대중서도 발간했다. 의미는.

▲IPTV 백서는 1·3·5주년을 기념해 출간되다가 멈췄다. 10주년은 역사가 풍부해진 만큼 객관적이고 비판적 부분까지 담아 우리나라 미디어 역사 자료로 삼았으면 하는 생각이다.

다만 백서는 언론사와 전문가 등 독자층에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IPTV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을 위한 책이 필요했다. IPTV를 사용하고 있다면 보다 잘 사용하고 몰랐다면 이해도를 높이도록 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백서와 한 번에 담아볼까도 고민했지만 각각의 목표가 다르다는 생각에 따로 만들게 됐다. 젊은 학자와 중견학자, 각계 각층 의견을 받아 이해하기 쉽게 만들었다.

-IPTV 10년 성과와 과제는.

▲플랫폼이 갑절 성장했다. IPTV 가입자수가 1500만명에서 3000만명이 되고 가구수보다 더 많은 TV가 판매되고 가정용 사물인터넷(홈IoT) 기반이 마련됐다.

플랫폼 독점 시절엔 할 수 없던 일이다. 플랫폼으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을 정립하고 케이블TV, 홈쇼핑 등 다른 사업자와 상생하면서 사회적 책무를 다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기념식에서는 어떤 비전을 제시할 건가.

▲미디어 생태계 상생과 발전이 필요하다. 불공정 관행을 근절하고 콘텐츠 산업 육성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 필요하다. IPTV가 미디어기업으로서 사회적 책무와 글로벌 경쟁력 제고하도록 강조할 계획이다. 좋은 말만 모아놓긴 했지만 꼭 필요한 일이다.(웃음)

-IPTV가 10주년을 거치면서 이해관계자와 갈등도 빈번해졌다. 묘안은.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와 홈쇼핑 등 갈등을 예로 들면 PP는 사용료를 더 달라고 하고 홈쇼핑은 송출수수료를 너무 많이 받는다고 불만이다.

협회 역할이 중요해진 부분이다. IPTV 3사가 이해관계에 부딪혔을 땐 협회가 나서서 다른 업종, 정책과 조율할 부분이 많아졌다.

지금은 성장하는 기업이 많지 않다. IPTV와 홈쇼핑, PP, 콘텐츠 기업이 모두 성장을 하고 있다. IPTV로서는 맏형 리더십이 요구된다. 좀 더 크게 보면서 이해관계자 요구에 대해 수용할 건 수용하고 불공정 관행은 근절해 나가야 한다.

미디어기업으로서 사회적 책무를 가져가야 할 때다. 케이블TV와 PP, 홈쇼핑 등과 상생 발전에 앞장서면서 같이 해나가는 힘을 모으고 싶다.

-조율은 쉽지 않아 보인다. 본인만의 원칙이 있나.

▲어려운 건 분명하지만 원칙을 갖고 협상해 나가고 싶다. 거짓이 아니더라도 한 부분을 부각시켜 여론몰이를 해서 본인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은 싶다.

IPTV가 홈쇼핑과 송출수수료를 논의 안하겠다는 게 아니다. 중소PP를 보호하지 않겠다는 입장은 결코 아니다. 우선 논의를 하겠다는 합의점을 만들고 그 위에서 논의를 해 나가야 한다.

PP 문제도 마찬가지다. 25% 가이드라인이 유효하지 않다는 걸 아는 PP도 존재한다. 어떤 부분까지는 합의에 근거해 공유를 하고 생산적 논의를 해갔으면 한다.

-기업 관련 일은 처음이다. 어떤 부분이 가장 어려웠나.

▲IPTV 협회장은 기업 관련 일이라는 점과 더불어 여러 사업자와 의견을 논의해야 하는 일이다. 방송인 출신으로서 익숙하진 않았다. 아나운서나 진행자 역할은 원고를 쓰더라도 최종 결과물에만 관여하는 일이다.

협회장으로서 일은 시작부터 기획해 함께하는 것이라 재미있고 감사했다.

조율해내는 좋은 성취감도 있고 현장에서 열심히 일한 사람을 만나보는 게 감동이었다. 각자 위치에서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한 사람이 있어 대한민국이 존재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송 플랫폼으로서 공적인 마인드와 자부심도 있었다.

새로 만나는 사람이 대부분이고 싫으면 일이 괴로웠을 것이지만 훌륭한 사람을 만나고 사람이 좋아 일 속에서 많이 배웠다. 즐겁게 일했다.

-아나운서로 시작해 학계, 정치권까지 참 다양한 일을 했다. 순탄하지만은 않았을 것 같은데.

▲1997년 KBS 아나운서를 그만두고 프리랜서 생활을 시작했다. IPTV 협회장은 근 20년 만에 정시 출·퇴근하는 직업을 갖게 된 것. 프리랜서의 다른 말은 일이 없을 땐 백수 생활이다. 굴곡이야 있었지만 순탄치 않았다는 표현을 쓸 정도는 아니다.

여러 선택을 극히 이성적으로 한 걸로 보인다는 말을 하는데 욱하고 결정된 게 많다 도저히 이렇게는 못살겠다. 이 정부에선 행복하지 못하겠다면서 욱하고 움직일 때가 많았다.

연극, 영화를 하면서 베를린 영화제도 다녀왔는데 참 재밌는 일이었다. 모든 일을 쫓아다니면서 도모했다기보다는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다. 적극적으로 찾아서 성취하는 것 같지만 꼭 그런 스타일은 아니다. 다만 주어졌을 때는 최선을 다한다. 재미없을 땐 할 수 없지만.

-직원들에게 강조하는 말은.

▲가장 좋아하는 단어가 플라톤의 소크라테스의 변명에 나오는 '아레테'라는 말이다. 우리 말로는 덕이라고 번역되는데 어떤 사물이 타고난 고유한 탁월성을 의미한다.

모두에게 탁월함이 있다. 각자의 탁월함이 그 사람의 덕이 된다. 좋은 조직은 각자의 아레테가 드러나서 조직으로 어우러진다. 취임사에서부터 모든 직원이 아레테를 구현하고, 조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자고 했다.

유정아 한국IPTV방송협회장
유정아 한국IPTV방송협회장

○유정아 회장은···

유 회장은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1989년 KBS 아나운서로 입사했다. KBS 9시 뉴스, 열린음악회 등을 진행하며 이름을 알렸다.

1997년 프리랜서 선언 이후 방송인, 칼럼니스트 등으로 활동하고 서울대에서 강의했다. 연극배우는 물론이고 영화인으로도 활동했다. 그가 연기한 '재회'는 2017년 베를린 국제영화제에 초청받기도 했다.

정치·사회 분야 활동도 활발했다. 2012년 제18대 대통령선거 때 문재인 후보 시민캠프 대변인으로 활동했고, 2014년부터는 노무현 시민학교 교장을 지냈다. 2017년 19대 대선에서도 문재인 캠프에 참여했다.

2018년 1월부터 한국IPTV방송협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문화·예술계에서 시작해 학계, 정치·사회 분야를 거쳐 기업을 대표하는 경력까지 지닌 팔방미인이다.

정리=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