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정치적 의사결정의 위기

정부 경제팀이 전격 교체됐다. 김&장으로 상징되던 경제 컨트롤타워가 원톱으로 변경됐다. 청와대는 혼선과 소모성 논쟁에 종지부를 찍었다. 투톱 시스템이 보여 준 불협화음이 원인이었다. 2기 경제팀에는 골 결정력이 요구된다. 1기 경제팀은 패스 위주 경기 운영이었다. 부동산 정책을 제외하고는 축구공을 앞으로 내보내는 회심의 킬패스가 없었다. 강한 인상을 심어 준 유효 슈팅도 생각나지 않는다. 특히 혁신 경제 성적표는 후한 점수를 받기가 어렵다. 핑퐁 게임을 연상시켰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당시 '포괄 네거티브' 규제 방침을 천명했다. 그러나 스타트업 및 벤처업계 체감 지수는 매우 낮다. 기득권을 고수하려는 전통산업과 혁신산업 간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다. 좋게 보면 이 같은 갈등도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힘이다. 미국 사회평론가 소스타인 베블런 말처럼 앞선 기술과 낡은 제도 간 충돌은 분명 역사를 굴러 가게 한다. 보이지 않는 성장 동력이다. 문제는 결과다. 1980년대 노사 갈등만큼이나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 전통산업과 혁신산업 간 장기 대치 국면이 이어진다. 카풀 논쟁이 대표한다. 주무 부처가 적극 임하지 않고, 지방자치단체 역시 눈치만 본다. 이런 상황에서는 일자리 정부 공약 구현도 쉽지 않다. 새로운 기업이 지속 탄생해야 고용 없는 성장 곡선에서 벗어날 수 있다.

정부에 아쉬운 대목이 이 점이다. 분명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지만 대응 속도가 너무 느리다. 지금과 같은 경제 위기 상황에서는 속도감이 필요하다. 논의와 검토는 각종 위원회 중심으로 충분히 이뤄졌다. 지금은 고위층 결심과 의사결정이 필요한 시기다. 우리 경제 상황이 끓는 물속 개구리를 닮아 가고 있기 때문이다. 과감한 구조 조정과 체질 개선으로 잃어버린 20년 악순환을 끝낸 일본을 배워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입안되는 정책 상당수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어떤 사안이 발생하면 대체로 어떤 현안을 논의하는 '○○위원회'가 만들어진다. 각종 위원회는 단순 자문 역할부터 최종 결정까지 한다. 사실상 의사결정 기구도 있다. 현 정부 들어서도 무수히 많은 위원회가 만들어졌다. 문제는 위원회 수만큼 정책이 결정나고 실행된 게 많지 않다는 점이다. 공직 사회 보신주의는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른바 '변양호 신드롬'이다. 공무원이 논쟁성 사안이나 책임질 만한 결정을 회피하는 현상은 줄지 않는다.

[데스크라인]정치적 의사결정의 위기

3년 전 다보스포럼에서 강조된 화두가 있다. 바로 '문제 해결 능력'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신체 능력, 인지 능력, 자원관리 능력과 함께 9대 역량으로 정의됐다. 미래 일자리에서 필요한 핵심 역량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의 한마디는 행정부와 국회의 현 주소를 상징한다. '정치적 의사결정의 위기'가 그것이다. 진의는 모르지만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일단 경제와 산업 분야에서는 규제 개혁 입법 또는 경제 체질을 바꾸는 구조 조정에 필요한 결정이 쉽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대한상공회의소가 규제 완화를 39차례 촉구했지만 효과가 없었다는 박용만 상의 회장 발언은 이를 뒷받침한다. 김 부총리가 고해성사처럼 언급한 의사결정 부재를 해결할 때다. 또 한 가지가 있다.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르자.

김원석 성장기업부 데스크 stone2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