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스크린 스마트폰, 노치 이어 '홀' 적용 고심

스마트폰 차세대 풀 스크린 디자인으로 노치(Notch)에 이어 패널에 구멍을 뚫는 홀(Hole) 디자인이 각광받고 있다. 홀 디자인은 스마트폰 전면을 최대한 디스플레이로 활용하는 풀 스크린을 구현할 수 있다. 하지만 공정 난도가 높아 기술 극복이 과제로 떠올랐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디스플레이 제조사들이 차세대 풀 스크린 디자인으로 노치에 이어 홀 디자인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에 없던 공정이 추가돼야 하고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 적용하기에 기술 난도가 높아 적용 시기를 잡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노치 디자인은 풀스크린 스마트폰 디자인으로 애플이 가장 먼저 선보였다. 동일한 스마트폰 크기에서 디스플레이 활용 면적을 더 넓힐 수 있어 올해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대세 디자인으로 자리 잡았다.

업계는 차세대 디자인을 '홀' 디자인으로 보고 있다. 노치는 스마트폰 상단이 엠(M)자 모양이지만 홀 디자인은 패널에 작은 구멍을 하나 뚫어놓은 모양이다. 화웨이가 '메이트20'에 노치 디자인을 변형한 세미서클(Semi-circle) 노치를 적용했지만 홀 형성 기술과 다르다.

홀 디자인은 디스플레이 활용 면적이 더 커지는 게 강점이다. 기존 노치 디자인은 화면비가 18.7대 9에서 19대 9까지 형성됐다. 홀 디자인을 적용하면 19.5대 9 비율로 바뀌게 된다. 갤럭시S9은 전면 화면의 85.3%를 디스플레이로 활용했는데 홀 디자인이 적용되면 이 수치가 더 높아질 수 있다.

삼성이 지난 SDC 행사에서 공개한 노치 디자인 로드맵 (사진=유튜브 화면 캡쳐)
삼성이 지난 SDC 행사에서 공개한 노치 디자인 로드맵 (사진=유튜브 화면 캡쳐)

홀 디자인을 적용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공정 기술이다. 업계는 노치 구조가 기존 설비와 기술만으로 적용할 수 있어 비교적 적용이 어렵지 않았다고 평가한다. 실제로 노치 구조는 플렉시블과 리지드 OLED, 저온다결정실리콘 액정표시장치(LTPS LCD)에 빠르게 확산 적용됐다. 노치를 적용하면서 수율이 낮아지는 단점도 있었지만 현재 스마트폰 시장의 표준 디자인으로 자리 잡았다.

반면에 홀 디자인을 위한 HIAA(Hole in Active Area) 구조는 노치에 비해 기술 진입장벽이 더 높다고 평가받는다. OLED 증착과 박막봉지(TFE) 사이에 구멍을 뚫기 위한 레이저 드릴링 공정이 추가돼야 하는데 인라인 형태로 조성된 기존 공장에 새로운 공정을 추가하기가 까다롭다. 새로운 장비를 추가 배치해야 하므로 생산 라인 흐름이 변경될 수 있고 라인 내 공간 활용도 고려해야 한다.

리지드 OLED보다 플렉시블 OLED에 적용하기가 더 까다로운 것도 문제로 꼽힌다. 리지드 OLED에 HIAA 구조를 적용하려면 레이저 드릴링을 이용해 유기소재만 제거하거나 유리기판과 소재를 함께 제거한 후 유리봉지 공정을 거치면 된다.

반면에 플렉시블 OLED는 박막봉지와 폴리이미드(PI) 기판을 모두 제거해야 해서 난도가 더 높다. 레이저로 잘라낸 단면이 수분과 산소에 노출되므로 별도 구조를 덧입혀야 한다.

LTPS LCD에서 노치 디자인이 적용됐지만 홀 디자인은 LCD 특징인 백라이트를 처리하는 문제 때문에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 중론이다. 노치 디자인을 상용화한 지 1년 남짓인데 새로운 홀 디자인을 위해 추가 투자를 하는 것도 패널사에 부담이 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홀 디자인 상용화 시기를 내년 하반기로 예상하지만 추가 투자비, 기술 난도 등의 문제로 아직 확신하기 이르다”며 “새로운 라인을 꾸리는 게 가장 효율적이지만 최근 업황이 침체하면서 패널사 실적이 좋지 않아 신규 투자 여부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