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2019년 한국 경제, '5대 리스크'를 극복하라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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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이맘때, 우리 경제는 우려보다 기대가 컸다. 작년 11월 한국을 방문한 국제통화기금(IMF) 미션단은 연례협의를 마친 후 “2017년 한국 경제성장률은 3.2%를 기록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IMF가 공식 한국 성장률 전망을 3.0%로 높인지 불과 한 달 만에 재차 상향 의사를 밝힌 것이었다. 우리 경제는 지난해 3.1% 성장하며 '3년 만에 3%대 복귀'를 실현했다.

상황은 1년 만에 급변했다. 주요 경제지표가 부진을 지속하며 올해 성장률은 2%대 중후반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내년 전망은 더 우울하다. 주요 기관들이 올해보다 낮은 성장률을 점쳤다. 내년에도 2%대 성장에 머물면 '저성장 고착화' 가능성이 커진다.

전문가들은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핵심 리스크'를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통 지적되는 리스크로 △수출 동력 약화 △미중 무역분쟁 심화 △금리 변동 △투자 위축 △소비 둔화가 꼽힌다. 3%대 성장률을 다시 회복할 수 있는 열쇠가 여기에 있다는 목소리다.

◇수출 증가세 둔화 우려…시나리오 마련해 미중 무역분쟁 대응해야

올해 우리 경제는 수출이 지탱했다. 내수가 침체됐지만 수출이 증가세를 이어가면서 급격한 경기 하강을 막았다. 가장 최근 지표인 10월 수출액은 549억7000만달러로 역대 2위를 기록했다. 일평균 수출(23억9000만달러)도 역대 3위로 집계됐다.

최근 수출은 '견조한 흐름'이라는 게 정부·업계의 일반적 평가다. 그러나 내년 수출 전망은 대체로 올해보다 비관적이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내년 수출 증가세가 점차 완만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지속 증가는 하겠지만 올해 수준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미다. 수출 증가율을 올해 4.2%, 내년 3.7%로 내다봤다. 현대경제연구원 역시 내년 수출 증가세 둔화를 예상했다.

핵심 원인으로 미중 무역분쟁 심화에 따른 세계 교역량 감소가 꼽힌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대(對) 중국 무역적자가 사상 최대를 기록하면서 미중 무역분쟁이 촉발됐고, 올해 들어 양상이 심화됐다. 최근 미중 간 갈등 완화 분위기가 조성됐지만 여전히 낙관할 수 없다는 평가다.

업계는 우리나라가 미중 무역분쟁 영향을 크게 받을 수 있는 만큼 다양한 시나리오를 마련, 유사시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최근 한 강연에서 “한국은 무역분쟁 진행 상황에 따라 가장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국가”라면서 “사전에 철저히 점검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출 증가세 둔화가 우려되는 또 다른 원인으로 '반도체 편중'이 꼽힌다. 우리 수출에서 반도체 비중은 20%를 넘는다. 내년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둔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잇따라 나오며 우리 수출 전반에도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내년에는 올해에 비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 성장이 둔화하면서 한국 수출을 주도해온 반도체 품목의 수출 성장세가 둔화할 것으로 보인다”며 “반도체 수출 경쟁력을 유지하는 동시에 차기 주력 수출 품목을 발굴·육성해 중장기적으로 수출 품목 다양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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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소비 활력 제고 시급…자금유출 가능성도 대비해야

내수 부문에서 가장 큰 리스크는 투자 둔화가 꼽힌다.

올해 투자는 연중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양호했던 건설투자가 올해 감소세로 전환했다. 설비투자 역시 불안한 모습이다. KDI는 “작년 반도체 관련 투자 급증에 따른 기저효과로 급격한 조정이 진행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설비투자는 올해 1분기 3.4% 증가(전기대비)했지만 2분기와 3분기 각각 5.7%, 4.7% 감소했다.

건설·설비투자는 내년에도 우울한 모습이 예상된다.

LG경제연구원은 건설투자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마이너스 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고, 설비투자도 전망이 어둡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은 설비투자가 내년 낮은 증가세를 기록하고, 건설투자는 내년까지 조정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투자 확대를 위해 '기업 기 살리기'가 시급하다. 지지부진한 규제 완화 속도를 높여 기업 투자를 적극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투자를 살리면 일자리 문제도 점차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성장과 고용 창출의 주역인 기업의 투자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기반 조성이 지속돼야 한다”며 “투자 관련 규제 철폐와 규제 품질 개선 노력, 네거티브 규제 시스템 도입, 규제 샌드박스 확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소비 증가세를 이어가는 것도 과제다. 올해 소비는 비교적 양호한 모습이지만 소비자심리지수 하락 등으로 내년 소폭 둔화가 예상된다. 소비 증가세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고용·소득 여건을 개선하는 한편 다양한 소비 진작책을 펼쳐야 한다는 평가다.

금융 부문 리스크로는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자금유출 우려가 꼽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이달 기준금리를 동결(2.00~2.25%)했지만 다음 달 인상이 유력하다. 한국은행이 이달 기준금리(1.50%)를 올리지 않으면 현재 0.75%포인트(P)인 금리 격차는 더 벌어진다. 금리가 높은 곳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원리에 따라 국내 외국자본이 유출되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다른 신흥국 자본유출에 따른 국제금융시장 불확실성 확대도 우리 경제엔 불안 요소다.

KDI는 우리 경제 외환건전성이 양호해 외국자본이 빠르게 유출될 가능성은 낮지만 정부가 적극 대응할 필요는 있다고 평가했다.

KDI는 “외화자금 유출입에 대한 분석을 수시로 제공해야 할 것”이라며 “우리 경제의 양호한 외환건전성, 유동성 상황을 설명하는 등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