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차세대 D램 DDR5 개발…韓 반도체 초격차 시동

SK하이닉스가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 규격에 맞춘 DDR5 D램을 개발했다. DDR5는 현재 D램 시장 주력 제품인 DDR4를 잇는 차세대 D램이다. SK하이닉스 제품은 3.8기가바이트 용량 풀HD급 영화 11편 데이터를 1초에 처리한다. 초고속, 저전력, 고용량을 지원해 빅데이터·인공지능(AI)·기계학습 등 고성능 시스템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SK하이닉스는 글로벌 칩셋 업체와 협력, 세계 최초로 DDR5 D램 상용화를 추진한다.

SK하이닉스는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 규격과 2세대 10나노급(1y) 공정이 적용된 '16기가비트(Gbit) DDR5'를 개발했다고 15일 밝혔다. 회사는 이 DDR5를 글로벌 칩셋 업체에 제공했다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가 개발한 2세대 10나노급(1y) DDR5 D램(자료: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가 개발한 2세대 10나노급(1y) DDR5 D램(자료: SK하이닉스)

신형 DDR5는 이전 세대인 DDR4 대비 동작 전압이 기존 1.2V에서 1.1V로 낮아져 전력 소비량이 30% 절감됐다. 저전력을 구현한 동시에 전송 속도는 3200Mbps에서 5200Mbps로 1.6배 향상됐다. 이는 풀HD급 영화 11편에 해당되는 41.6기가바이트(GB) 데이터를 1초에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이다.

SK하이닉스는 DDR5 기반 서버용 모듈(RDIMM)과 PC용 모듈(UDIMM)을 만들어 글로벌 칩셋 업체에 공급했다. 모듈 역시 JEDEC 표준에 맞췄다. 데이터를 저장하는 셀 영역 단위 관리 구역이 16개에서 32개로 확장됐고, 한 번에 처리하는 데이터 수도 8개에서 16개로 늘어났다. 내부에 오류 정정 회로를 내장, 고용량 시스템의 신뢰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PC나 서버와 같이 하나의 컴퓨팅 시스템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여러 회사가 협력해야 한다. 새로운 규격에 맞춰 중앙처리장치(CPU), 메모리, 저장장치 등이 상호 긴밀하게 작동돼야 성능을 제대로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가 DDR5를 칩셋 업체에 제공한 건 차세대 시스템 규격을 완성하기 위한 공조를 시작했다는 뜻으로, 시장 선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회사 관계자는 “DDR5 D램을 처음으로 칩셋 업체에 제공함으로써 상용화 가능성을 높였다는 데 의미가 있다”면서 “DDR5 시장이 열리는 2020년부터 본격 양산을 개시, 고객 수요에 적극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도 지난 2월 DDR5 D램을 개발한 바 있다. 세계 메모리 업계에서 DDR5 개발에 성공한 곳은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뿐이다. 세계 D램 시장 1, 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첨단 기술을 앞세워 후발 주자와 '초격차'를 벌일 지 주목된다.

시장조사업체인 IDC에 따르면 DDR5는 2020년부터 수요가 본격 발생하기 시작해 2021년에는 전체 D램 시장 25%, 2022년에는 44%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