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과학자]정환석 ETRI 광네트워크연구그룹 박사

정환석 ETRI 광네트워크연구그룹 박사
정환석 ETRI 광네트워크연구그룹 박사

“영광되게도 우리나라 연구자로는 처음으로 국제가전박람회(IFA) 행사에 참여해 연설을 했습니다. 미래 혁신 기술을 세계에 선보이는 자리에 섰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기술력을 인정받은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정환석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광네트워크연구그룹 박사는 지난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18' 행사에서 우리나라 과학기술 위상을 세계에 떨친 연구자다.

IFA는 '모바일 월드 콩크레스(MWC)'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와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는 유명 IT분야 박람회다.

정 박사는 'IFA 넥스트' 코너에서 연설을 했다. IFA 넥스트는 미래 혁신기술을 소개하는 주요 코너다. 우리나라 연구자가 누구보다 앞서 미래를 지배할 기술 트렌드를 밝히게 된 셈이다.

주제는 '초저지연 광액세스'였다. 5G 이동통신, 이를 넘어선 '비욘드 5G'의 발달도 유선 인프라 없이는 어렵다는 내용이었다. 정 박사는 초저지연 망으로 통신의 역할과 기능 확대를 촉진하고 보다 원활한 이용 환경을 제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통신기술이 눈부시게 발전을 거듭하면서 단순히 해당 기술에 그칠 것이 아니라 기반인프라 기술에도 주목해야한다는 공감대가 전 세계에 형성되고 있다”며 “한동안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동안의 연구가 인정을 받게 돼 기쁘다”고 소회를 밝혔다.

정 박사는 이전부터 관련 분야에 이름 높은 연구자였다. 대학 시절 텍스트 기반 '월드와이드웹'에 감동받아 '언젠가 사진과 영상도 빠르게 전달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야겠다'고 결심한지 20여년이다. 광액세스 분야에는 10년간 몸 담았다.

다만 시대가 엄혹했다. 1990년대 말 시작한 광통신 열풍은 2002년 '버블'로 판명나면서 꺼지기 시작했고, 최근까지 침체가 이어졌다. “광통신은 끝났다”는 말이 연구계와 업계에 떠돌고 수많은 선후배가 반도체 분야와 같은 유망 분야로 떠났다. 그러나 정 박사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하고 싶은 사람은 방법을 찾고 하기 싫은 사람은 핑계를 찾는다는 말을 상당히 좋아한다”며 “인프라 분야는 언제든 주목받을 수밖에 없으니 현 세태에 휘둘리지 말자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정 박사는 이후 도시 간 장거리 광액세스 기술, 광 스위칭 시스템, 광회선 분배 스위치, 100기가급 광 송수신기를 개발하는 등 연구계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최근에는 영상이 중심이 된 통신환경에 맞춰 관련 분야가 살아나면서 IFA에서도 소개한 초저지연 기술 개발에 역점을 두고 있다.

앞으로의 꿈은 힘들게 버텨낸 관련 분야 기업의 성장을 돕는 일이다.

정 박사는 “한동안의 암흑기를 거치면서 광통신 분야 기업이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며 “새로운 기술 개발에 앞장서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