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후방산업, 시장 다각화가 살길이다

3분기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업계 실적이 크게 나빠졌다. 상위 10위권 장비 기업 가운데 절반이 두 자릿수 실적 하락을 보였다. 디스플레이 시장은 시황 악화, 반도체 시장은 고점 논란을 배경으로 각각 투자가 침체된 것이 원인이다. 그러나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도 성장세를 보인 기업이 있다. 양호한 실적을 유지한 기업은 국내외 비즈니스를 병행했고, 특정 고객사에 편중되지 않도록 사업을 다각화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반면에 삼성전자 의존도가 높은 세메스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스마트폰 부품업계 상황도 비슷하다. 스마트폰 성능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교체 수요가 줄어 시장이 축소되자 부품업계 정체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카메라 모듈 업체 캠시스는 올해 창사 이래 최대 매출 기록이 전망된다. 해외 이머징 시장을 겨냥한 제품용 부품 개발에 총력을 기울인 것이 주효했다. 첨단 소재 분야에서 국내 소재 업체들이 하나둘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것도 긍정 요인으로 작용했다.

국내 부품·장비 업체는 대기업 한 곳에만 납품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한 아이템을 복수 수요 업체에 공급하는 기업이 드물다. 여기에 최근 국내 산업군의 다양성이 줄어들면서 후방산업계 입지는 더욱 위축되고 있다. 전방산업 경기에 따라 널을 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행히 수출 비중을 높이는 동시에 비즈니스 상대를 복수 고객사로 넓히면서 사업 안정성을 확보해 가는 후방업계가 등장하고 있다. 또 이차전지처럼 급성장하는 새로운 산업군이 나타나 관련 소재·부품·장비 업계가 탄탄한 생태계를 조성하기 시작했다. 정부도 이차전지 산업을 포스트 반도체로 육성한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어 전망도 밝다.

부품·장비·소재 등 후방산업은 시장 다각화 없이 지속 성장이 어렵다. 정부는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다각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중견 후방산업계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책 및 제도 지원에 힘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