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일선 부행장 소집, 펌뱅킹 수수료 인하 '최후 통첩'

금융위원회가 시중은행 부행장을 소집해 논란의 중심에 선 펌뱅킹 수수료를 현실에 맞게 재조정하라고 강하게 촉구했다.

은행 간 협의를 통해 수수료를 인하하고 오픈 API로 전환하라는 최후통첩을 한 셈이다. 세부 인하 폭은 밝히지 않았지만, 은행 입장에서는 당초 제시했던 50원대까지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하게 됐다.

금융위 일선 부행장 소집, 펌뱅킹 수수료 인하 '최후 통첩'
ⓒ게티이미지
ⓒ게티이미지

<10월 25일자 전자신문 1면 참조>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 금융혁신기획단은 시중은행 부행장을 소집해 고비용 결제구조를 바꾸기 위해서는 현행 펌뱅킹 체계를 전환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펌뱅킹은 기업과 금융기관이 컴퓨터 시스템을 통신회선으로 연결해 온라인으로 처리하는 은행업무 시스템이다. 은행에 가지 않고 직접 처리하는 금융 업무를 말한다.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비바리퍼블리카 토스, NHN페이코 등 모든 간편 결제·송금 사업자는 은행과 펌뱅킹시스템 연동을 통해 결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들 간편 결제 사업자는 통상 거래 건당 200~400원을 펌뱅킹 시스템 이용료로 내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오픈 API로 체계를 바꾸면 은행도 범용 간편 결제 사업을 할 수 있고, 기술력 있는 핀테크 스타트업이 보다 쉽게 금융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며 “간편 결제는 이제 한국에서 사회적 인프라로 전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은행도 금융위의 이 같은 통첩에 당혹스럽지만, 수수료 인하와 API전환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한 은행 고위 관계자는 “이미 은행별로 대형 간편 사업자에 대한 펌뱅킹 수수료를 인하하고 있다”며 “은행별로 협의에 착수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간편 결제 업계는 금융당국의 API전환 방침에 대해 실질적인 규제 혁신이라며 반기는 분위기다.

건당 400원에 달하는 펌뱅킹 수수료가 간편 결제 확대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먼저 이 같은 '가시'를 제거하겠다며 나서줬기 때문이다.

특히 펌뱅킹 인프라는 시중 은행이 정부 인허가를 통해 독과점하고 있는 지급결제 인프라로 금융혁신 차원에서 중립적 개방과 비용 부담 인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한 간편 결제 사업자는 “타 산업 유사사례로 통신사 망 개방, 망 중립성 유지, 무제한 요금제 등이 국내 인터넷 활성화와 수많은 모바일 스타트업을 출현시켰다”며 “현행 (펌뱅킹) 지급결제 인프라는 폐쇄적이고, 독점 운영되고 있어 핀테크 산업 활성화에 최대 장애”라고 지적했다.

은행도 현행 펌뱅킹 수수료 체계가 높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수수료 인하와 API전환 등을 검토하기로 했다. 현행 수수료를 유지하기 위한 명분도 부족하다. 네이버 주거래은행인 신한은행은 네이버페이 관련 수수료를 50원으로 대폭 인하했다.

다만 오픈 API 전환과 관련 시장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안으로 얘기되는 금융결제원 API가 고비용구조인데다 안정성 면에서 은행이 사용하기에 여러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한 은행 관계자는 “금융결제원 오픈API는 이미 시장에서 평가가 좋지 않고, 중소기업이 사용하기에 수수료도 비싼 체계”라며 “금융당국이 중재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