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패널 공급 일회성에 안 그쳤다...대-대상생 '새국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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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43인치 패널을 시작으로 협력 물꼬를 튼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공급망 관계를 유지할 전망이다. 올 하반기 65인치 위주로 공급한 데 이어 내년에도 주력 모델인 65인치를 중심으로 상생 관계를 이어간다. 물량은 많지 않지만 높고 두터웠던 삼성-LG간 협력에 물꼬를 튼 것이어서 향후 협력 범위가 어디까지 넓어질지 관심이 집중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올해 삼성전자 VD사업부에 액정표시장치(LCD) TV 패널을 40만~50만대 공급했다. 지난해 말 43인치를 시작으로 삼성전자가 LG디스플레이 패널을 구매했고 이후 올 하반기에 65인치 패널을 꾸준히 구매했다.

LG디스플레이가 생산하는 LCD TV 패널 물량의 약 25%는 LG전자가 구매한다. 두 번째로 많이 구매하는 TV업체는 소니다. 삼성전자 비중은 1% 남짓에 불과하지만 그동안 금기시된 삼성-LG, LG-삼성 간 협력이 조용히 시작된 후 꾸준이 계속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삼성전자 VD사업부는 삼성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65·75인치 패널을 수급한다. 프리미엄 제품군 QLED TV 모델에는 대부분 삼성디스플레이 패널을 사용한다. LG디스플레이나 BOE 등 다른 패널 공급사 제품은 중·보급형 모델에 주로 채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리미엄 위주로 판매하는 국내에서는 사실상 삼성전자-LG디스플레이 조합 모델은 찾아보기 힘들다.

BOE가 10.5세대 공장에서 원활하게 초대형 TV 패널을 생산하고 있고 내년에 차이나스타가 첫 10.5세대 양산을 앞두고 있어 양사 간 공급관계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 세계 TV·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선두를 다투는 국내 대기업간 첫 협력 사례여서 양사 모두 외부 시선이 부담스러운 분위기도 작용한다.

업계는 삼성전자 VD사업부가 BOE나 차이나스타에서 구매하는 비중을 늘리더라도 LG디스플레이와의 협력을 다시 단절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아직 중국 업체가 생산하는 LCD TV 패널 품질이 LG디스플레이를 위협할 만한 수준은 아니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삼성전자에 패널을 공급하려면 까다로운 품질 테스트를 통과해야 하지만 그 안에서도 품질 차이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샤프가 갑작스럽게 패널 공급을 중단하면서 삼성전자가 안정적인 공급처를 확보하기 위해 LG디스플레이 제품을 구매하게 됐지만 결과적으로 양사 간 긍정적인 협력 모델을 만든 셈”이라며 “중국발 물량이 증가하더라도 공급 안정성을 위해 LG디스플레이와 협력을 유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