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 예매·결제 시스템 허점.. 오송역 단전 사고 혼란 더 키워

세종시 주민 박 모씨는 20일 오후 10시에 밤 11시 오송행 KTX 열차를 예매하고 서울역으로 향했다. 오후 늦게 오송역 단전 사고를 전해 들은 박씨는 열차 지연을 우려했으나 정상 예매를 확인하고 탑승역으로 갔다. '코레일 톡(앱)'으로 예매할 때 지연 안내 공지가 뜨지 않으면 정상화된 것이라는 코레일 안내를 믿은 터였다.

서울역에 도착하니 KTX는 130분 이상 지연된 상태였다. 고속버스 등 대체편을 찾았지만 늦었다. 결국 서울역에서 두 시간 이상 기다렸다. 박씨는 “이미 지연 상태였는데도 어떠한 공지도 볼 수 없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KTX 전 차량 지연이라는 대규모 사태를 빚은 오송역 단전사고가 예매와 결제 시스템 문제로 이용객 혼란을 키웠다. 한 시간 이상 지연된 상황에서도 홈페이지나 스마트폰 앱에 공지하지 않았다. 예매, 결제, 환불은 정상 운행 기준으로 이뤄졌다. 지연 상황이 발생했을 때를 고려하지 않고 프로그램화한 것이 원인이었다.

20일 오후 5시 12분부터 밤 12시가 넘도록 지연 상황이 이어졌으나 코레일은 전산시스템에 이를 반영하지 않아 이용객 불편을 가중시켰다.

이용객은 역에 도착하고 나서야 지연 상황을 파악했다. 대체교통수단 안내는 물론 대체수단을 찾아보기도 어려웠다.

환불 시스템에서도 문제가 발생했다. 기다리다 지친 이용객이 온라인이나 스마트폰으로 환불하려 해도 불가능했다. 시스템에는 지연 상황이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용객은 역의 지연 보상 창구를 이용해야 했다. 열차 지연을 겪은 고객이 환불을 위해 또다시 수십분을 기다려야 했다.

20일 KTX 지연된 상황
20일 KTX 지연된 상황

서울행 KTX를 타려다 포기한 조 모씨는 “열차를 기다린 것도 30분이 넘는데 환불 줄이 너무 길어 엄두가 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상행선에서 일어난 사고지만 하행선을 이용해 상·하행선을 동시 운행하는 구조여서 상·하행 KTX가 모두 지연됐다. 오후 6시 15분께 하행 선로 전차선에 전원 공급이 된 데 이어 6시 50분께 상행 선로가 급전되면서 열차 운행이 재개됐다. 장애 여파로 이날 열차는 2시간 이상 지연됐다.

단전 사고가 일어난 오후 5시께 오송역에는 3분, 5분, 10분 지연 방송을 하다가 한참 후 1시간 이상 지연될 수 있으니 환불해야 한다는 안내가 나왔다. 그러면서도 열차 출발 정보를 보여 주는 게시판에는 여전히 출발을 의미하는 등이 밝혀져 일대 혼란이 일기도 했다.

불편을 겪은 고객이 한 시간 이상 기다렸다가 취소하면 보상받는 길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역 창구를 통해 취소하면 수수료를 내지 않고 환불을 받을 수 있지만 열차를 이용하지 않았을 때는 보상이 없다. 1시간 이상 지연된 후 이용하는 승객만 요금 50%를 환불받을 수 있다. 이것이 지연 보상의 전부다.

이날 사고는 주변 고가도로 신설 공사 때문에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지만 상하행선 단선으로 운영되는 점 등은 근본 문제로 지적됐다. 지연 등 비상 상황 발생시 대응할 수 있는 전산시스템이 없어 더 큰 불편을 초래했다. 철도 전문가는 “고객 편의 향상을 위해 SR 통합을 주장하는데 이런 시스템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지연에 따른 고객 보상은 없지만 코레일은 시설, 영업피해액을 충북도에 전액 구상 청구할 계획이다. 코레일은 “'다락교 고가도로 신설 공사' 시공업체가 20일 새벽 일반 조가선을 절연 조가선으로 교체하는 과정에서 조가선을 부실 압축, 단전이 일어났다”면서 “코레일은 장애와 관련해 공사 시행 주체인 충북도에 열차, 시설, 영업피해 등을 전액 구상 청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시간 이상을 기다린 승객들이 열차에 탑승하고 있다
2시간 이상을 기다린 승객들이 열차에 탑승하고 있다

문보경 정책 전문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