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데이터산업 활성화 토대 마련됐지만…'데이터 수집' 갈등 산 넘어 산

가명정보 개념 도입과 비금융전문 CB설립 등으로 데이터산업 활성화 토대는 마련됐지만,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은 남아있다.

데이터 수집 관련 주요 기술 방안에 대한 논의가 금융권과 핀테크 기업 사이 공전하고 있다. 조속한 표준 API 수립 등 시장 혼선을 줄이기 위한 후속 조치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핀테크·인슈어테크 업계와 한국신용정보원은 최근 신용정보 조회 관련 스크래핑 서비스를 놓고 갈등이 커지고 있다.

신용정보원이 다음 달 3일부터 신용정보 조회 서비스와 보험신용정보 등을 회원제로 전환하기로 결정하면서 스크래핑이 사실상 어려워졌다. 이들이 운영하던 애플리케이션(앱)도 서비스 중단 위기에 놓였다.

한국핀테크산업협회는 최근 신용정보원 신용정보 조회 등 회원제 전환 관련 재검토를 요청했지만, '불가'하다고 답했다. 신용정보원 개원 당시 취지에 따라 정보보안 중요성 확립을 위해 재검토 논의는 불가하다는 주장이다.

신용정보원 관계자는 “이들 업체들에 회원제 전환 논의 요청이 온 것은 사실이지만, 개인정보 보호차원에서 재검토는 불가하다”며 “무분별한 스크래핑으로 '진성DB'가 시장에 유통되는 등 개인정보유출 위험이 발생한 만큼 강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핀테크·인슈어테크 업체는 신용정보원이 취하는 태도에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생명·손해보험사는 최근 신용정보원과 폐쇄형 API를 구축해 스크래핑과 유사하게 사용하고 있다. 이에 신용정보원의 보안 관련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또 무분별한 스크래핑 문제가 있다면 기술력이 검증된 업체에 한해 같은 API를 열어줘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한다.

한 인슈어테크 업체 대표는 “생·손보사에는 폐쇄형 API를 열어줘 스크래핑과 동일한 신용정보 조회를 하는데 핀테크 업체만 개인정보를 이유로 어렵게 한다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며 “만약 스크래핑 자체에 문제가 있다면 기술력이 검증된 업체를 내부에서 검토해 API를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현행법상 어렵다. 신용정보법상 신용정보제공이용자가 돼야 API를 열어줄 수 있는데 핀테크·인슈어테크 업체는 법상 금융회사가 아니다. 법 개정이 먼저 이뤄지지 않으면 스크래핑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신용정보원 측도 법 개정이 이뤄지기 전에는 API 개방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당장 법 개정 논의가 된다고 해도 최소 6개월에서 많게는 수년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며 “신용정보원의 이번 조치는 산업의 퇴행을 불러오는 행위로 금융당국의 데이터 산업 활성화에 모순된 방향”이라고 말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