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포비아' … 핀테크 사업다각화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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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거래소에 대한 정부 자금세탁방지(AML) 가이드라인 미비로 관련 업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은행권이 내년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상호평가를 앞두고 자금세탁 위험성이 있는 사업에 특히 몸을 사리기 때문이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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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 핀테크 업체가 은행 공동 API 기반 신규 서비스를 선보이는 데 실패했다. 입·출금 및 송금 서비스를 선보이기 위해 주거래 은행이 있어야 하는데, 시중은행에서 컴플라이언스를 이유로 거절했기 때문이다.

반면, 유사 서비스를 운영하는 다른 업체는 주거래 은행을 무사히 확보했다. 이에 해당 업체에서는 내부 시스템 문제가 아닌 외적인 부분에서 문제가 생긴 것으로 풀이했다.

해당 업체 관계자는 “실무진 협의를 무사히 마쳤는데도 막판에 AML 등을 포괄한 컴플라이언스 부문에서 '협업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우리 투자처 중 암호화폐거래소가 있는 것이 문제로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은행권에서는 금융당국의 블록체인 관련 AML 가이드라인 마련되지 않은 탓에 대응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FATF가 내년 초 한국의 국제 기준 이행 여부를 평가하기 때문이다. FATF는 자금세탁과 테러자금조달 방지를 위한 국제규범을 제정하는 기구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지난 9월 특정금융거래보고법(특금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자금세탁방지 의무 부과 대상을 자산 500억원 규모 대부업자와 전자금융업자로까지 확대했다. 다만, 암호화폐 거래소 등 블록체인 업계는 그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다.

현재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발생하는 원화 입·출금에서 이상 징후가 있을 시 거래소가 아닌 주 거래 은행에서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보고해야한다. 하지만 은행이 거래소 암호화폐 거래 내역을 일일이 추적할 수 없는 만큼, 이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해당 이유로 업비트 신규계좌 발급도 10개월 넘게 막혀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업비트 담당 부서에서는 신규 계좌 발급 의향이 있지만 AML 관련 부서에서 상당히 조심스러워하고 있다”며 “정부 가이드라인이 나와야 은행도 마음 놓고 사업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특금법 개정안 국회 통과에 앞서 가이드라인부터 마련해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구태언 테크앤로 대표 변호사는 “제윤경 의원안이 나온 지 벌써 8개월이 넘었는데도 세부적인 시행안이 나오질 않았다”며 “AML 준수 여부를 은행이 아닌 암호화폐 거래소가 보고하도록 하는 가이드라인을 법 제정 전에 우선 공개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