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실리콘밸리, "美 기술 수출 통제, 효과도 목표 달성도 우려돼"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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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실리콘밸리 기업이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수출 통제가 첨단 기술 선두를 지키겠다는 목표를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25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 같이 전하며 미중 간 수출 통제에 따른 영향과 반응을 보도했다.

지난주 19일 미국 상부무 산업안보국(BIS)는 인공지능(AI), 로봇, 양자컴퓨팅 등 미래 신기술에 대한 수출 규제를 골자로 새로운 수출 통제 목록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미 정부는 30일간 의견을 수렴한 뒤 수출 규제 목록을 발표할 예정이다.

새로운 무역 규제가 시행되면 안보와 직결된 부품과 기술은 다른 국가로 수출하려면 정부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는 트럼프 정부의 중국 수입품에 대한 대규모 관세 부과 조치에 이어진 규제 조치다.

미국 정부는 중국이 지식재산권을 침해하고 미국 기업에 기술을 넘겨주도록 강요한다면서 중국의 무역 관행이 약탈적이고 불공정하다고 비난했다.

미 기술업계 로비 단체인 BSA/소프트웨어 연합의 크리스티앙 트론코소 정책실장은 "미국 기업과 미국 연구원에 대한 일방적 수출 통제는 불리한 일이 될 수 있다"면서 "해외 수출 통재는 경제적 번영에 필수적인 혁신을 저해해 미국의 국가 안보를 손상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폴 트리올리 워싱턴 유라시아그룹의 자원개발 전문가인 폴 트리올로는 "무역전쟁은 근본적으로 기술 전쟁이다"면서 "문제는 행정부 내 '공급망 보호주의자'들이 중국과 아시아에 의해 최적화된 30년간의 기술 공급망이 국가 안보 문제가 됐다고 믿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미국 내 기술·산업계는 무역 통제 조치의 실현 가능성과 목표에 우려감을 표했다. 예를 들어 중국이 머신러닝(기계학습) 관련 기술을 탈취할 의도가 있다면, 기업 개발 연구소보다 공개적으로 출판되는 학술 연구에서 더 잘 찾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기술 기업이 해외에 기술을 파는 것을 막는 행위가 자칫 다른 나라 경쟁사를 도와주는 일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컴퓨터통신산업협회(CCIA) 회장인 에드 블랙은 “잘 생각해 만든 계획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면서 “정부가 하고자 하는 일과 그들이 합리적으로 성취할 수 있는 사이의 간극은 매우 클 수 있다”고 꼬집었다.

CCIA의 주요 회원은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인텔, 엔비디아같은 첨단 기술에 주로 투자하는 기업이다. 이들은 머신러닝, 신경 네트워크, 컴퓨터 비전, AI, 클라우드 서비스와 이를 지원하도록 설계된 전용 칩셋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다.

블랙 회장은 "우리는 새로운 규정이 커다란 잠재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국가의 이익이 도움이 되는 결과를 얻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 미 상무부 관리이자 워싱턴의 법률회사 아킨 검프의 수출 규제 전문가인 케빈 울프는 미 정부의 해외 투자 조사에 따라 '핵심 기술'로 분류되면 어떤 기술이라도 수출 통제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다른 기술 로비스트는 수출 통제가 정확히 어떻게 영향을 미칠 지 말하기엔 '시기상조'이나 실리콘밸리는 미중 무역전쟁에서 자기도 모르게 피해자가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