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ICT 석·박사급 인재 양성 패러다임의 전환

[기고]ICT 석·박사급 인재 양성 패러다임의 전환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산업 구조 대격변이 말해 주듯 그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인재상을 요구하고 있다. 인류 생활 및 산업 형태 격변의 밑바탕에는 정보통신기술(ICT)이 있다. 이에 따라 이를 잘 이해하고 문제 해결 능력이 우수한 고급 인력에 대한 수요는 폭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산업 창출을 견인하고 새로운 일자리의 변화된 업무 환경 및 방식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비판 사고, 창의, 협업 등 새로운 인재 역량이 요구된다.

우리나라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 보유 측면이나 내부 인재를 기를 혁신 역량 면에서는 대체로 취약함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발표된 세계경제포럼(WEF, 일명 다보스포럼)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ICT 연구개발(R&D) 혁신에 필수 역량인 비판 사고 관련 교육 수준은 조사 대상 140개국 가운데 90위에 그쳤다. 2017년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 인재 경쟁력 지수에서도 조사 대상 63개국 가운데 대학 교육은 53위, 기업 수요 충족은 54위로 낙제점을 면치 못했다. 미래 인재 경쟁력 제고를 위한 정부·학교의 전방위 대책 마련이 시급함을 보여 준다.

인력 양성 전초 기지인 대학 교육 측면에서 해외 주요 대학은 벌써 오래 전부터 팀 프로젝트 기반 문제 해결 중심 학습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기술 역량뿐만 아니라 창의·협업 등 미래 인재역량 함양에 중점을 둔 교육을 실천하고 있다.

미국 프랭클린 W 올린공대와 미네르바스쿨, 일본 실용정보기술 교육네트워크(enPiT) 프로그램 등은 이론 중심 교육 방식에서 탈피해 사회와 산업 현장 실전 문제 해결을 위한 프로젝트 기반 문제해결 학습방식(PBL)을 사용하고 있다. 미국 통합대학원 프로그램(IGERT), 스탠퍼드대 CS+X 과정, 카네기멜론대 기계학습 과정과 같이 다학제 팀 단위 협업을 통해 사회 실전 문제 해결을 도모하는 교육 과정이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지금 우리나라의 고급 인재 양성을 위한 대학원 교육은 세부 기술 분야별 연구실 중심 교육에 그치며, 산업 현장이 필요로 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창의 고급 인재 양성과는 거리가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세부 기술별 연구실 중심 교육 방식은 기초 원천 연구자 양성에는 적합하지만 급격한 기술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문제 해결형 인재 양성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ICT 대학원 대상 대표 지원 사업인 대학ICT연구센터(ITRC)에서 배출한 인력 가운데 산업계로 진출한 비율이 79%에 이르는 것을 보면 기초 원천 연구자 양성 외에도 새롭게 기업이 요구하는 혁신 역량을 갖춘 문제 해결형 인재 배출 교육 체계로 변화해야 하는 시급한 상황이다.

기업이 주제를 제공함과 아울러 인력 양성에 공동 참여하는 형태로 대학원 연구 프로젝트에 PBL 방식을 도입하는 것은 현재 상황에서 필요한 ICT대학원 교육 혁신을 일으키는데 효과가 아주 큰 직접 방법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한다. ICT 전공과 비 ICT 전공 대학원생이 다학제 간 전공 역량의 활용과 협업을 통해 기업이나 산업계 실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인재로 커 나가는 새로운 ICT 석·박사급 핵심 인재 양성의 토대가 시급히 마련돼야 할 것이다.

그것이 우리나라가 미래 대비 토대나 혁신 역량이 열세함에도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을 지혜롭게 뚫고 혁신 성장을 지속할 수 있는 희망 어린 대안이라 할 수 있다.

김영한 숭실대 전자정보공학부 교수 younghak@ss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