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균 가천대 길병원 본부장 “원격의료는 사회 인프라, 데이터 채널로 활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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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의료는 보조 의료행위로 여겨서는 안 됩니다. 데이터 기반 건강관리를 구현하는 사회 인프라인 동시에 의료산업을 견인할 패러다임입니다.”

박동균 가천대 길병원 전산본부장은 원격의료가 여러 의료 행위 중 일부나 보조 수단으로 인식되는 현 상황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원격의료는 대형병원-동네병원 간 이해갈등, 의료 영리화 등 사회·정치 프레임에 갇혔다. 의학이나 기술적으로도 진료를 보조하는 수단으로만 평가한다. 박 교수는 이 '프레임'을 깨야 진정한 원격의료 논의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박동균 가천대 길병원 전산본부장
<박동균 가천대 길병원 전산본부장>

그는 “원격의료는 과거 제사장이 의료를 관장하던 때부터 있었던 것으로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면서 “대학병원-동네의원 갈등 프레임에 갇혀 원격의료가 갖는 본연의 속성을 보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토로했다.

십수년간 이어진 우리나라 원격의료 논쟁은 해결될 기미가 없다. 정부는 시범사업에 그쳤던 격오지, 도서·산간지역 원격의료를 법제화한다고 밝혔다. 이를 제외한 어떤 원격의료도 허용하지 않는다.

박 교수는 사실상 사형선고를 받은 원격의료를 되살려야 하는 이유로 세계 트렌드를 꼽았다. 국내 왜곡된 의료 체계 해소와 세계 트렌드 대응을 모두 실현하는 게 원격의료다.

그는 “우리나라 의료정보는 디지털화됐지만, 사실상 이동이 안 되면서 효용 가치가 떨어진다”면서 “원격의료는 원격에서 환자 과거, 현재 데이터를 분석하고, 최적 솔루션을 제안하는 만큼 데이터 공유, 분석 체계를 갖춘다”고 말했다.

가천대 길병원 원격협진시스템
<가천대 길병원 원격협진시스템>

원격의료는 원격 진료·문진 시스템, 마이크, 모니터 등으로 구성된다. 이 시스템을 갖췄다고 원격의료가 가능한 것은 아니다. 진정한 원격의료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환자 정보를 불러오고 분석해야 한다. 필연적으로 개인건강기록(PHR), 전자건강기록(EHR)을 바탕에 두고, 원격의료 시스템을 구축해 데이터 기반 정밀의료 환경이 마련된다. 장기적으로 개인이 자신의 의료정보를 저장하고, 원격의료 등 필요할 때 의료진에게 공유하는 '자발적 참여의학'까지 확산된다.

박 교수는 “원격의료는 단순히 솔루션 몇 개를 구축한다고 구현되는 게 아니라 사람(데이터)이 움직이고 연결돼야 한다”면서 “PHR, EHR, 개인저장 의료정보 등이 활용되려면 연결고리가 있어야 하는데, 원격의료는 여러 데이터를 수집, 소통하는 채널”이라고 강조했다.

의사·환자 간 제약 없는 원격의료는 갈 길이 멀다. 데이터 공유 채널로써 원격의료는 사회적 합의가 더 필요하다. 가천대 길병원은 해외로 눈을 돌렸다. 1995년 국내 사립병원 최초 백령도에 원격의료를 실시한 경험을 토대로, 2015년 페루에 원격의료 시스템을 구축했다. 까예따노 에레디아 병원에 원격의료 시스템을 구축하고, 지방 모자보건센터 등과 연계해 환자를 돌본다. 단순한 원격의료 시스템 구축을 넘어 공공 의료체계를 구축한다는 자부심을 갖는다.

박 교수는 “가천대 길병원은 국가 원격의료 서비스 효시로, 서해 5도를 비롯해 국가 원격의료 시범사업에 참여해 노하우를 축적했다”면서 “사회 인프라로서 원격의료 확산에 기여하는 동시에 페루 등 의료 서비스 취약국 지원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전자신문 CIOBIZ]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