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자율주행, 변화 필요하다

[미래포럼]자율주행, 변화 필요하다

카를 벤츠가 자동차를 발명한 이후 130년 동안 인류는 운전자를 연구했고, 자동차가 운전자를 대신할 기술을 개발하면서 무인자동차 시대로 성큼 다가섰다. 자동차는 단순 이동 수단에서 이동성을 확보한 생활공간으로 근본 개념을 변화시켜 새로운 산업 패러다임 가치뿐만 아니라 사회·경제 변혁을 예고했다.

여러 국가가 자율주행차 개발과 시장 선점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일부 국가 도시에서는 이미 자율주행 자동차가 공공도로에서 일반 자동차와 섞여 수만㎞ 시험 운행을 하고 있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이 자율주행차 상용화에 적극 나서고 있는 가운데 우리도 뒤늦게 뛰어들었다. 세계 각국 자율주행차 개발과 상용화 준비는 어느 정도이고, 우리는 그 가운데 몇 번째일까.

정량으로 보면 우리나라 준비 지수는 세계 10위다. 종합 회계·재무·자문 그룹 KPMG가 정책과 법제도, 기술혁신, 기반시설, 소비자 수용도 등 네 가지 측면에서 26개 변수를 종합 평가한 결과다. 경제 순위에 비하면 좋은 평가일 수도 있다. 면면을 자세히 보면 한국은 자율주행차량 개발에서 분야별로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 크게 뒤처진다.

세계 각국 기업은 정부 지원 아래 자율주행차 개발 비용을 줄이기 위해 경쟁사와 손을 잡고 있다. 토요타자동차는 소프트뱅크, 우버와 제휴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혼다는 미국 자동차업체 제너럴모터스(GM)가 소유한 자율주행 스타트업인 크루즈 오토메이션에 27억5000만달러(약 3조1400억원)를 투자하고 주식을 매입, 자율주행차를 공동 개발한다고 11월 초 발표했다. BMW는 인텔, 액티브 PLC, 마그나 인터내셔널, 승차 서비스 업체 등과 컨소시엄을 형성해서 자율주행차를 개발하고 있다. 닛산 자동차 경우도 프랑스 르노, 미쓰비시 자동차는 독일 제조사 다임러와 각각 자율주행차 분야에서 제휴를 모색하고 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자회사인 웨이모 존 크래프칙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10월 웨이모 자율주행차량 누적 주행 거리가 1000만 마일을 돌파했고, 다음 달 시작하는 자율주행 택시는 운전자 없는 무인 자율주행차(자율주행 레벨4)로 운영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승객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자율주행 택시를 호출해서 탑승하면 자동으로 목적지까지 주행한다고 한다. 우선 웨이모는 애리조나주 피닉스를 중심으로 하여 반경 100마일(약 161㎞) 이내에서 사전 신청한 가입자 대상으로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세계는 기업 간 협업 체계로 기술 연구개발(R&D)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정부가 지원하는데 반해 국내 기업은 첨단 기술 분야에서 경쟁력을 주도해 왔지만 자율주행차 분야는 완전히 뒤처진 상황이다. 기업은 각개전투만 하고 상생이 부족, 정부 규제로 인해 기술 검증 및 협업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자율주행차 운행 대수도 상용화를 논의하기에는 턱없이 적다. 정부에서 자율주행차 임시 주행 면허를 받은 차량은 총 52대다. 현대차가 16대로 가장 많은 가운데 삼성전자가 5대, 기아차가 2대 등을 운영하고 있지만 대부분 테스트 운행 수준에 가깝다. 기술 수준은 자율주행 레벨3이다. 다양한 주행 시나리오와 악조건 검증 및 기술성·사업성·제도성을 검증할 수 있는 국내 실증 환경 시설이 부족해 데이터를 축적할 수가 없다.

정부는 얼마 전 규제 혁파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시장 기대를 한층 높였다. 진행이 잘된다면 정책 지원과 기업이 R&D에 몰두할 수 있도록 직간접 지원, 규제 완화 지역 확대를 통한 다양한 실제 도로주행 기록을 수집하고 기술 검증 지원이 가능해진다. 즉 자율주행 산업 생태계가 조성되는 것이다.

기업 측면에서는 숙제가 많다. 국내 기업은 최고 기술력을 보유했지만 자율주행 기반 기술에서는 아직 매우 부족하다. 기술뿐만 아니라 응용·활용 서비스도 전무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단지 선진 기술력에만 투자하기보다는 사용자 중심 다양한 응용 서비스 사업을 활성화하는 유연한 대응이 필요하다. 세계 시장에서 국내 기업끼리 경쟁은 무의미하다. 기술 혁신보다 사용자 경험 혁신 측면으로 접근이 필요하다. 우리가 자율주행 기반 모빌리티 시장에서 존재감을 인식시키려면 경쟁 기업끼리도 과감히 협력을 통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유승모 엠큐닉 대표 smyoo@mqni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