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수출기업 CSR 관리 '비상등'...납품배제·거래중단 사례 줄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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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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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규모 가구업체 A사는 지난해 미국 글로벌 유통사에 납품을 준비하던 중 기업 사회적책임(CSR) 평가를 요청 받았다. A사는 심사비용 150만원을 내고 CSR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외국인 근로자 숙소 안전심사를 통과하지 못해 납품은 무산됐다.

#. CSR 중국에서 의류를 생산하고 있는 한국 중소기업 B사는 최근 미국과 유럽 바이어들에게 윤리적 제조 인증 프로그램인 WRAP(Worldwide Responsible Accredited Production) 인증 갱신을 지속적으로 요구 받았다. B사는 6개월마다 반복되는 인증 갱신에 수천만 원이 들어 인증을 포기했다. 이후 현지 업체와 거래가 끊기고 말았다.

최근 글로벌 기업 CSR 요구가 강화되며 수출기업에 CSR 비상등이 켜졌다. CSR 미흡시 납품 배제, 거래 중단 등이 우려되는 가운데 수출 중소기업 대책 마련이 시급하단 지적이다.

6일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원이 국내 수출기업 120개사를 대상으로 '수출기업 CSR리스크 실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수출기업 중 54%가 글로벌 고객사에 수출·납품 과정에서 CSR 평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평가를 받은 기업 5곳 중 1곳(19.1%)은 “평가 결과가 실제 사업에 영향을 줬다”고 답했다. 이들은 협력사 선정 배제(61.5%), 해결 후 조건부 납품(38.5%), 납품량 축소(15.4%), 거래 중단(7.7%) 등 피해를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은 “글로벌 기업이 CSR 관리 범위를 1·2차 협력사까지 확대하면서 국내 수출기업에게 비상등이 켜졌다”며 “이들 협력사 CSR 평가 결과에 따라 거래 중지·계약비율 축소 등이 잇따른다”고 밝혔다.

최근 OECD 주요국도 기업 책임경영을 자국법과 국가간 투자협정 등에 반영한다. 영국 '현대판 노예방지법', 프랑스 '기업책임법', 미국 '도트프랭크법'등이 그 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5월 인권·노동·환경·뇌물 등에 기업 스스로 어떻게 점검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실사 지침을 발표하기도 했다.

CSR 평가를 받은 분야는 '환경'이 93.8%로 가장 많았다. 이어 '안전·보건'(83.1%), '노동'(80%), '인권'(75.4%), '윤리'(73.8%), '공급망 CSR 관리'(61.5%), '지배구조'(56.9%), '분쟁광물'(46.2%) 순으로 나타났다.

향후 글로벌 고객사의 CSR 평가와 관련해서는 73.8%가 “강화될 것”이라고 답했다. 78.6%는 “수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응답했다.

CSR 평가 관련 애로사항으로는 '서로 다른 인증과 중복 자료 요구'(59%)가 가장 많았다. '영업기밀 등 과도한 정보요구'(47.5%), '비용부담'(41%), '기업 특성에 맞지 않은 자료 요구'(37.7%), '대응시스템 부재'(36.1%)가 뒤를 이었다.

이재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국제사회에서 기업 실제적인 CSR 이행과 성과에 대한 요구가 강화되고 있다”며 “우리 기업은 글로벌 비즈니스에서 CSR을 필수조건으로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CSR리스크 대응을 위한 정부 정책과제로는 '컨설팅과 교육 제공'(56.3%)을 가장 많이 꼽았다. '필요한 정보 공유'(50.8%), '인증, 심사 등 비용 지원'(45.2%), 'CSR 인증제도 신설 및 해외인증과 상호인정'(39.7%), 'CSR 우수기업 인센티브 제공'(38.9%)도 뒤를 이었다.

김녹영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 실장은 “대다수 기업은 고객사 CSR 평가 요구가 있기 전까지는 CSR을 스스로 관리하기가 어렵고, 특히 중소기업은 제대로 대응하기가 힘들다”며 “정부에서도 관련 국제규범과 동향 정보를 제공해 기업 인식이 확산하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