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보다 더 생생한 VR…실내 거리뷰 새 지평

티브이알(TeeVR) 스캐너.(사진=티랩스 제공)
티브이알(TeeVR) 스캐너.(사진=티랩스 제공)

스마트폰만 있으면 세계 유명 박물관, 전시관 곳곳을 둘러볼 날이 머지않았다. 실제 현장을 찾아 구경하는 것보다 더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새처럼 날며 공간 전체를 누비는 것도 가능하다.

3차원(3D) 실감 실내 지도 전문기업 티랩스(대표 도락주)가 솔루션을 개발했다. 실내 거리뷰 서비스에 새 지평을 여는 기술로 평가받는다. 현실을 그대로 복사해 가상현실에 붙여 놓은 듯한 영상을 선보인다. 얼핏 보면 360도 실내 거리뷰 서비스와 비슷하다. 하지만 공간 이동 시 차이가 난다. 기존 거리뷰는 촬영 이미지를 이어붙여 입체화하는 방식으로 구현한다. 좌우, 앞뒤 이동 버튼을 누를 때마다 끊김 현상이 나타난다. 자유로운 이동도 어렵다. 카메라가 촬영한 부분 정보만 감상할 수 있다. 촬영 위치를 벗어난 곳은 볼 수 없다.

티랩스는 이 같은 한계를 자체 개발 특허 기술 '티브이알(TeeVR)'로 극복했다. 세계 첫 성공 사례다. 시공간을 초월, 자유로운 시각적 경험을 선사한다. 끊김 없는 이동은 기본이다. 박물관을 배경으로 한다면 특정 전시실에서 다른 곳으로 벽을 뚫고 건너갈 수 있다. 가상현실(VR) 기반 360도 실내 거리뷰를 대체할 기술이다.

촬영은 자율주행 로봇 'TeeVR 스캐너'가 맡는다. 6개 카메라와 자율주행차에서 쓰이는 라이더 센서 2개를 장착했다. 스캐닝 한 번으로 3D 실감 실내 지도(매핑) 데이터를 취득한다. 사람이 천천히 걷는 속도로 촬영 대상 공간을 샅샅이 들여다본다. 1500평 건물 한 층을 기준으로 2시간 내에 촬영을 끝낸다.

3D 모델링 작업은 인공지능(AI)이 담당한다. 수집한 데이터를 프로그램에 입력하면 AI 연산으로 공간 지도가 자동 완성된다. 현재는 거리, 높이 데이터를 조합, 지형을 만드는 수준에 그쳤다. 실제와 같은 색감을 입히지 못했다. 데이터 표현 기술 한계 탓이다. 티랩스는 표현 방식 확장 기술을 찾아냈다. 관련 특허를 쥐고 있다. 실외보다 실내 환경을 매핑하는 것이 더 어렵다.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이 잡히지 않아 지도와 현실 간 오차를 줄이는 측위 계산이 힘들기 때문이다.

도락주 티랩스 대표.(사진=티랩스 제공)
도락주 티랩스 대표.(사진=티랩스 제공)

티랩스는 TeeVR 기술을 계속 진화시킨다. 지난해 상용화 기술로 업그레이드하는 데 성공했다. 스마트폰으로도 서비스를 이용하게 할 계획이다. 지금은 웹으로만 볼 수 있다. 부가 서비스와 결합도 시도한다. 기술에 가치를 담겠다는 전략이다. 가구점을 촬영한다고 하면 가구별 가격을 표시하는 방식으로 사용성을 높인다. 궁극적으로는 유튜브와 같은 영상 플랫폼으로 거듭난다. TeeVR 스캐너를 웨어러블 디바이스 형태로 제작, 일반인 누구나 들고 다니며 원하는 공간을 촬영하도록 한다.

내년에는 미국 워싱턴에 위치한 성경박물관과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일반에도 서비스를 공개한다. 서울 6호선 상월곡역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역사관 체험 공간을 조성한다. 국내외 대기업과 협력도 늘려갈 방침이다. 티랩스는 지난해 3월 문을 열었다. 고려대학교 기술지주회사 자회사다. 중소벤처기업부 벤처기업 인증을 획득했다.

도락주 티랩스 대표는 2006년부터 고려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포스텍에서 학부·석사·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지도관련 40여건이 넘는 국내외 특허를 보유했다. 그는 “1372년 직지심경 이후 국내에 세계 최초 기술이 나오지 않고 있다”면서 “교과서에 남을 성공 사례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엑시트 하는 것이 목표”라며 “지향점에 도달하지 못하더라도 남은 길을 후배들이 갈 수 있도록 개발 과정, 히스토리 기록을 남기겠다”고 전했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