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지배구조 개편 '겉핥기식'…내부거래위 설치하고도 100% 원안 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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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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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의 지배구조 개편이 '겉핥기 식'이라는 공정거래위원회 분석이 나왔다.

사외이사를 법적 기준보다 초과해 선임하고 설치 의무가 없는 내부거래위원회 신설을 늘리는 등 외형적 경영감시 기능 제고 노력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정작 내부거래 안건 내용이 크게 부실하고, 한 건도 부결 사례가 없는 등 실질적 작동은 이뤄지지 않는다는 평가다.

공정위는 규제 회피 차원이 아닌,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을 촉구했다.

공정위는 6일 '2018년 공시대상기업집단(이하 대기업집단)의 지배구조 현황'을 분석·발표했다.

56개 대기업집단 소속 253개 상장회사의 사외이사는 787명으로 전체 이사 중 50.1%를 차지했다. 253개 상장회사가 관련 법에 따라 선임해야하는 사외이사는 703명인데 84명을 초과했다.

이들은 법상 최소기준을 상회해 이사회 내 위원회를 설치·운영했다. 법상 최소기준이 있는 추천위원회와 감사위원회는 각각 35개, 71개 초과 설치했다. 의무가 없는 내부거래위원회, 보상위원회도 각각 90개, 68개 운영하고 있다.

신봉삼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작년과 올해 연속 분석 대상인 26개 집단을 비교하면 7개 집단 소속 12개사가 새로 내부거래위원회를 설치했다”며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에 대한 법 집행강화, 규제대상 확대 추진에 따라 기업 스스로 내부통제장치를 도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질적 변화로 보기엔 어렵다는 평가다.

대기업집단 이사회 안건 중 대규모 내부거래 관련 안건은 810건(13.5%)인데 부결 사례는 없었다. 원안 가결률은 99.8%로 단 2건이 수정 또는 조건부가결 됐을 뿐이다. 특히 내부거래위원회 안건은 100% 원안대로 가결됐다.

공정위는 이사회·위원회 안건 중 대규모내부거래(상품·용역거래) 안건 295건 작성현황을 분석한 결과 내용이 부실하고, 심의가 충실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수의계약으로 체결한 내부거래 안건(279건) 중 사유를 기재하지 않은 안건이 228건(81.7%)이었다. 시장가격 검토·대안비교, 법적쟁점 등 거래 관련 검토사항이 별도 기재되지 않은 안건은 187건(63.4%)이다. 거래 상대방과 계약기간, 거래금액만 적시한 안건도 4건 있었다.

신 국장은 올해 초 부당 내부거래로 제재를 받은 하이트진로의 이사회 안건을 예로 들며 “대상거래처, 금액, 수량만 나와 있다. 거래처를 왜 옮겼는지, 왜 수의계약을 하는지, 거래조건이 타당한지에 대한 검토 자체가 안건에 없고 이사회에서도 논의된 기록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일감 몰아주기는 정부 조사·제재만으로 근절하기 어렵다”며 “대기업이 규제 대응 차원이 아닌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내부거래위원회를 작동시켜야 함을 인식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2015년 이후 연속 분석대상 집단(21개 집단, 1006개사)를 기준으로 총수일가가 이사로 등재된 회사 비율은 작년보다 하락(18.4%→15.8%)했다. 총수일가의 책임과 권한이 일치하지 않는 대기업이 많아졌다는 의미다. 총수 2·3세가 사익편취 규제대상, 사각지대 회사에 집중적으로 이사로 등재했으며, 일감 몰아주기를 위한 이사 등재인지는 명확히 결론짓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가 적극적이었던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연속 분석 대상 26개 집단에서 국내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비율(71.5%→77.9%), 반대 비율(5.8%→9.5%)이 모두 큰 폭 상승했다.

신 국장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이 영향을 미쳤다”며 “외부감시기능이 점차 활성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