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BMW도 뚫었다...LVS용 12V 배터리 공급

LG화학이 독일 자동차업체 BMW에 12V 저전압시스템(LVS) 배터리를 공급한다. 전기차용 배터리 공급 계약은 아니지만 경쟁사가 독점해 온 BMW 공급망에 진입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LG화학은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와 대부분 공급 관계를 맺게 됐다.

6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BMW 중형급 세단인 3시리즈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인 X3용으로 12V 리튬이온 배터리 공급권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LG화학은 12V 듀얼 배터리팩으로 BMW 서플라이어 이노베이션 어워드에서 '동력효율성' 상을 받았다. 2년에 한 번 개최되는 BMW 서플라이어 이노베이션 어워드는 우수 협력사를 수상하기 위한 행사로, 8개 분야에서 시상이 이뤄진다.

저전압시스템(LVS)은 12V 또는 48V 리튬이온 배터리로 내연기관차 납축전지를 대체하거나 추가해서 연비와 성능을 높이는 기술이다. 주행 중 정차 시 시동을 껐다가 출발 직전에 다시 켜 주는 스톱앤드고 기능이나 내비게이션, 블랙박스,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스마트 주차보조, 차로이탈방지 등 전자 장비를 연비 저하 없이 사용할 수 있다.

김종현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 사장(가운데)이 최근 BMW 서플라이어 이노베이션 어워드에서 12V 리튬이온 배터리로 Efficient Dynamics 부문 상을 수상했다. (사진=BMW)
김종현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 사장(가운데)이 최근 BMW 서플라이어 이노베이션 어워드에서 12V 리튬이온 배터리로 Efficient Dynamics 부문 상을 수상했다. (사진=BMW)

최근 국가별로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LVS를 장착하면 설계 변경을 최소화하면서 연비를 평균 4~20% 높일 수 있다. 자동차 제조사가 전기차 전환과 별도로 내연기관차 연비 향상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 배터리 업계는 신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LG화학이 수상한 동력효율성 부문은 기술 혁신을 통해 연비 개선 등 차량 주행 성능을 향상시킨 업체에 수여하는 상이다. 12V 듀얼 배터리팩은 기존 납축전지 대비 무게를 50% 줄이고 리튬티탄산화물(LTO) 음극재를 적용, 저온에서도 우수한 충·방전 성능을 구현함으로써 자동차 연비를 향상시킨다. 고온 내구성이 뛰어나며, 3배 이상 긴 배터리 수명도 강점이다.

전기차용 배터리는 아니지만 12V 배터리를 통해 BMW 공급망에 진입한 것도 눈길을 끈다. BMW는 중국에서 판매되는 일부 모델을 제외하고 삼성SDI로부터 전기차용 배터리를 독점 공급받아 왔다. 이로써 LG화학은 폭스바겐, 아우디, 다임러, 르노,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현대차, 볼보, 재규어랜드로버 등 토요타와 테슬라를 제외한 전기차 제조사 대부분을 고객사로 확보하게 됐다.

LG화학 자동차 배터리 수주 잔액은 올 상반기 말 기준 60조원으로 반년 만에 18조원 늘어났다. 생산능력(CAPA) 목표도 기존 2020년 90기가와트시(GWh)보다 10~20% 높아졌다. 2020년 자동차 배터리 사업에서만 10조원 매출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업계 관계자는 “LG화학은 글로벌 유수 자동차 제조사를 대부분 고객사로 확보하면서 글로벌 배터리 제조사 가운데 가장 많은 포트폴리오를 확보하고 있다”면서 “그동안 거래 관계가 없던 BMW 공급망에 12V 배터리로 진입하게 된 것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