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석의 新영업之道]<12>갑이 바뀌어야 세상이 바뀐다-제대로 파문하라

사건 · 사고로 자숙하겠다던 공인 둔감해진 여론 틈타 슬며시 복귀

[이장석의 新영업之道]<12>갑이 바뀌어야 세상이 바뀐다-제대로 파문하라

잊을 만 하면 연예인 이름이 볼썽사나운 사건, 사고와 함께 검색 순위 맨 위에 오르고, 한동안 메인 뉴스를 장식한다. 그에 못지않게 정치인의 어처구니없는 추태가 끊이지 않는다. 기업 오너의 비상식 행위는 한 달에 한 번 꼴로 '갑질'이란 타이틀 아래 언론의 뭇매를 맞는다.

항상 꿋꿋했던 그들이 가지런히 두 손을 앞에 모으고 포토라인 앞에 선다.

모든 언론은 매섭게 몰아부치고 국민은 흥분하고 욕설까지 퍼 부으며 모두가 질타한다. 적어도 48시간 동안은 그런 것 같다.

음주운전, 실언, 뺑소니, 탈세, 도박, 불륜, 폭행, 사기, 마약 등 다양한 사건이 이른바 공인(公人)에 의해 반복된다. 팬과 국민, 종업원에 의해 운명이 좌우되는 당사자들은 국민 앞에 고개를 숙이고 무대 뒤편으로 사라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더 이상 볼 수 없을 것 같던 연예인이 얼마 지나지 않아 슬그머니 나타나 왕성한(?) 활동을 재개한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떠나겠다던 정치인이 때만 되면 다시 나타나서 화려하게(?) 재기하고, 대중과 직원 앞에 영원히 나서지 못할 것 같던 기업의 오너는 '혁신'과 '변화' 아이콘이 되어 멋진(?) 최고경영자(CEO) 모습으로 보란 듯이 당당하게 다시 전파를 점령한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경구를 가장 잘 이행하고 있는 것이 우리가 아닌가 한다. 사건이 터지면 분노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언제 그랬냐는 듯 잊는다.

우리는 쉽게 끓고 너무 빨리 잊는다. 오죽하면 '냄비 근성'이 우리나라 국민성을 논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겠는가.

그러나 이러한 어처구니없는 현상 반복으로 우리의 아픈 역사와 도려내야 할 치부가 그대로 방치되고 더 커졌다는 것은 인정해야 한다. 정치·경제·사회 전 분야에서 단절되고 청산돼야 할 구태와 악습은 곳곳에 뿌리 내리고, 지금도 반복되고 있다.

정치인, 기업 오너, 연예인은 스스로 공인이라고 한다. 공인이라 자인함은 국민, 직원, 팬을 '갑'으로 생각하고 자기 자신이 '을' 임을 인정한다는 것이다. 국민이 선택하고, 국민에 의해 직무가 결정되고, 국민의 세금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것이 정치인이고 공무원이다. 직원 땀과 눈물 덕에 얻은 과실에서 급여와 투자 수익을 할당받는 것이 기업 오너이다. 연예인은 불특정 다수 주머니에서 나온 사랑과 지원으로 살아간다.

그렇지만 국민을 하늘로 생각하는 정치인은 과연 얼마나 될까. 종업원을 '갑'이라고 생각하는 회사 소유주는 있을까.

자신이 향유하는 행복과 부가 초등학생, 산골 청소년 주머니에서 나온 것도 있다는 것을 알고 그에 맞게 처신하는 연예인은 어느 정도일까.

그것은 기대하기도 어렵고 기대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자격 없는 '을'이 같은 잘못을 반복하면서 사회 전체가 문제에 둔감해지는 어처구니없는 현상을 방치해선 안 된다. 이것이 '갑'의 책무이다. '을'인 공인이 '갑'을 '갑'으로 생각하지 않고 우습게 보는 것은 '갑'의 망각과 주제넘은 배려 및 따스함에서 비롯된 것이다.

시청률과 상품(?) 활용에 집착하는 방송사 프로듀서와 기획사 대표는 이런 '갑'의 망각을 이용하고 있다. 정치에서 떠났다는 사람이 어이없는 이유를 달고 돌아오면 또 받아주는 우리가 그들을 끝없이 복제하고 있다. 기업가가 아니라 사욕에 탐닉한 사람을 기업가로 떠받드는 '금본주의'가 그들을 활보하게 한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고, 응분의 죗값을 치르면 정상 생활을 영위할 기회를 줘야 한다. 인명을 살상했거나 용서받을 수 없는 중한 죄는 제외하고 한 번 실수로 평생을 사회와 격리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 그러나 공인의 범법 행위에 대한 인식은 달라져야 한다. 그들에게서 자연인 권리와 자유 생활 영유권을 뺏으라는 것이 아니라 죄를 짓거나 국민과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더 이상 공인의 삶을 누리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추행으로 처벌받은 사제가 일정 기간 반성의 시간을 보내고 다시 제단 위에 설 수 있다면 어떤 신도가 그 성당에 나가겠는가. 파문(破門)했으면 다시는 번복하지 말아야 한다.

잘못된 인식과 폐단이 바로잡히지 않고 시간이 흐르면서 쌓이고 쌓이면 사회 통념화가 됨으로써 모두가 둔감해진다. 그것이 적폐다. 우리 사회 적폐 원인은 국가 지도자도 아니고 법도 아니다. '갑'인 우리 자신이다. 지금도 반복되는 영업 현장에서 기이한 행태, 관행, 탈법은 그것을 즐기면서 독배를 들이키고 있는 갑이 만든 것이다.

결국 문제는 '갑'이고, 답도 '갑'이다. 갑이 갑다운 본분을 잃고 원칙도 지키지 못하면 '을'의 '탈선 질주'는 반복되고 또 반복된다. 갑이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 하더라도 원칙을 견지하고 지킨다면 '을'은 바뀌기 마련이다. 갑이여, 제대로 파문하라.

이장석 한국영업혁신그룹(KSIG) 대표 js.aquinas@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