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혁신성장', 계산기 두드릴 일이 아니다

최근 일본 정부는 비트코인을 포함한 암호화폐를 재산 신고 대상으로 확정했다. 2020년부터 법인과 개인에게 소득세를 부과한다. 암호화폐를 합법 자산으로 인정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세금을 쉽게 납부할 수 있는 시스템도 마련한다. 중국에서는 인공지능(AI) 아나운서가 중국어·영어 뉴스를 시작했다.

뉴스를 보면 위기감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암호화폐를 비롯해 차량 공유, AI 등이 국내에서는 기득권과 제도 장벽에 막혀 연일 끙끙대는 현실과 대조된다. 우리는 반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장은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 주재 정책자문기구 오찬간담회에서 “우리가 뛰고는 있지만 선진국과 글로벌 기업은 날고 있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 우리나라 정책 추진과 규제 개혁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데 대한 답답함을 호소한 것으로 해석된다.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된다. 우리는 스스로 뛰고 있다고 평가하겠지만 사실은 쳇바퀴에 갖혀 있는 상황일 수도 있다. 앞선 나라 뒤통수만 바라보며 기계처럼 돌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격차는 벌어진다.

지난해 중국 정부는 AI 부문에 예산 8조원을 투입했다. AI칩 개발 회사에는 '집중'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우리는 신기술 도입에 앞서 예산 타당성 조사에 많은 시간을 허비한다. 이해관계가 부딪치면 지지층 눈치 보느라 정책 방향과 결정을 후순위로 미루고 표심부터 먼저 계산한다.
혁신 성장은 계산기를 두드릴 일이 아니다. 실패, 부작용을 두려워해서는 혁신을 기대할 수 없다. 새해 국정 운영 3년차에 접어드는 문재인 정부가 선제성 혁신 정책을 쏟아내길 바란다.

[관망경]'혁신성장', 계산기 두드릴 일이 아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