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경제활력 제고 예산 조속 집행...KTX사고, 부끄럽고, 민망"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미래 원천 기술 등 연구 개발, 플랫폼 경제 기반 투자, 8대 혁신선도 분야, 혁신 창업 활성화 등 경제 활력 제고 예산을 조속히 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말 발생한 KTX 강릉선 사고 관련해서는 “부끄럽고, 민망하다”며 고강도 대책을 주문했다.

문 대통령, "경제활력 제고 예산 조속 집행...KTX사고, 부끄럽고, 민망"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경기 상황과 미래 경제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이 크다”며 예산 집행속도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 주재 수보회의는 10월 29일 이후 6주 만에 열렸다. 여야정 상설협의체 회의와 해외 순방 등으로 연달아 생략되면서다.

문 대통령은 국회가 2019년도 예산안을 처리한 것을 계기로 차질 없는 예산 집행을 통해 민생·경제 문제 해결에 노력할 것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법정 시한을 넘겼지만 늦게라도 통과돼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국회 심사 과정에서 청년 성공 패키지 지원 사업, 청년 구직 활동 지원금, 청년 내일 체험 공제 등 청년 일자리 예산 6000억 원 감액된 부분은 아쉽지만 대체로 정부안이 유지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예산안 통과로 초과 세수를 활용, 국채 4조 원을 조기 상환하게 된 것을 높이 평가했다. 이는 정부 주도 적자 부채를 조기 상환한 첫 사례이다. 상환 규모도 역대 최대 수준이라, GDP 대비 국가부채율이 38.6%에서 37.7%로 낮아지는 성과도 기대했다.

문 대통령은 “2019년도 예산은 사회안전망 확충과 함께 경제 활력과 역동성 제고에 중점을 뒀다”며 “일자리 창출과 혁신성장을 추구하기 위해 스마트산업단지 조성과 스마트 공장 확대 보급 등 산업 분야 예산액을 15.1% 증액해 12대 분야 예산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율을 이뤘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산이 국민 삶 속으로 제때, 제대로 흘러갈 수 있도록 기재부와 각 부처에서 집행 계획을 철저히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또한 이번 본회의에서 통과된 근로장려금 확대를 비롯한 소상공인, 자영업자, 저소득층 지원 법안, 음주운전 처벌 강화, 불법 촬영 유포에 대한 처벌 강화 등은 정부와 국회간 협치의 좋은 성과라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데이터 경제 3법, 의료기기 산업법 등 경제 활력 법안 경제민주화와 공정경제 달성을 위한 법안 등의 조속한 처리도 요구했다.

기초연금법과 아동수당법 등 세출 관련 법안, 지방일괄이양법 등도 처리를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여야정 상설협의체 합의 후속법안이 조속히 마무리되길 희망한다”며 “사립유치원 공공성 강화를 위한 유치원 3법도 해를 넘기지 말고 처리돼 우리 아이들과 학부모들, 유치원 교사들 모두 안심할 수 있도록 유종의 미 거두어주시길 당부한다”고 말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내년도 예산안이 확정된 것과 관련해 기획재정부 공무원들에게 백설기와 꿀떡 등을 선물하며 노고를 격려했다. 문 대통령은 떡 케이스에 '2019년 예산을 위해 애써주신 김동연 부총리와 기획재정부 직원 여러분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라는 인사말도 남겼다.

이날 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최근 연이어 발생한 KTX 사고를 강하게 질책했다. 가장 안전하다는 철도에서 3주 동안 대형 사고가 잇따라 터지자, 철도를 넘어 정부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는 상황이다.

문 대통령은 “안전권을 국민의 새로운 기본권으로 천명하고 있는 정부로서는 참으로 국민께 송구하고 부끄러운 사고”라면서 “우리의 교통 인프라가 해외로 진출하고 있고, 더욱 활발한 진출이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마당에 민망한 일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국토부에 철저한 사고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분명한 쇄신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혹시라도 승객의 안전보다 기관의 이윤과 성과를 앞세운 결과가 아닌지도 철저히 살펴보기 바란다”면서 “KTX 강릉선은 개통된 지 일 년밖에 되지 않은 만큼, 노후 시설뿐만 아니라 신설 시설까지도 안전점검을 다시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철도특별사법경찰대(철도경찰)은 강릉선 KTX 탈선 사고의 원인과 책임자를 규명하기 위한 내사에 착수했다.

강릉선 KTX 열차 탈선사고는 남강릉분기점 선로전환기 전환상태를 표시해 주는 회선 연결이 잘못돼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열차 정지가 아닌 정상진행 신호가 전달돼 탈선으로 이어졌다. 철도경찰은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이 선로전환기 등에 대한 점검을 제대로 했는지, 관련 매뉴얼을 제대로 준수했는지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

공동취재 문보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