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인증서 대체 '뱅크사인' 폐기율 10% 넘어...15개 은행 발급·폐기량 단독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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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대한 투자비가 들어간 블록체인 기반 은행 공동 인증 서비스 '뱅크사인'이 소비자에게 외면 당하고 있다. 실패한 IT 투자 사례로 남을 가능성이 커졌다.

뱅크사인은 정부 공인인증서를 대체할 블록체인 기반 차세대 인증 플랫폼으로 15개 은행이 참여해 야심차게 출발했다. 은행권 공동 세계 최초 인증 플랫폼이라며 의미 부여를 했지만 운영 실상은 공인인증서보다 못한 '반쪽 인증체계'라는 평가를 받는다.

은행연합회 주도로 시중은행 대부분이 참여한 뱅크사인이 출시 3개월이 지났지만 실제 발급은 10만건도 채 되지 않았다. 내려 받았다가 폐기한 소비자도 1만5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13일 전자신문이 15개 은행 뱅크사인 발급량과 폐기량을 전수 조사했다.

8월 27일 출시한 뱅크사인 총 발급량(누적)은 15개 은행 합산 결과 10만6923건(12월 5일 기준)이다. 공인인증서 대비 0.2%가 채 되지 않는다. 소비자가 발급받았다가 폐기한 사례가 1만4187건에 달한다. 10%가 넘는 수준이다. 실제 뱅크사인을 이용하기 위해 가입했다가 폐기한 숫자다. 폐기된 것을 감안하면 실제 발급은 9만2736건에 불과하다.

현재 뱅크사인은 KB국민, 우리, 신한, IBK기업, K뱅크, SC제일, NH농협, KEB하나, 경남, 광주, 대구, BNK부산, 수협, 전북, 제주 등에서 발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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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별 발급 실적은 공개하기 민망할 정도다. 지방은행은 발급량이 1000건을 넘지 못하는 곳도 있다.

뱅크사인 발급량 1위는 SC제일은행 4만2360건으로 전체 은행 중 40%를 차지했다. 이어 IBK기업은행 1만4766건, 신한은행 9642건, NH농협은행 8839건, 우리은행 7360건, KEB하나은행 4798건, 광주은행 4031건, 수협은행 3682건, KB국민은행 2998건, 경남은행 2447건, BNK부산은행 2374건, 대구은행 1258건, 케이뱅크 984건, 전북은행 791건, 제주은행 593건으로 나타났다.

누적 발급량 대비 은행별 폐기량은 대부분 10%를 상회했다. 10명 중 1명은 사용하지 않고 휴지통에 버린 것으로 확인됐다.

폐기처분된 뱅크사인은 SC제일은행 4936건, IBK기업은행 1194건, 신한은행 1343건, NH농협은행 1585건, 우리은행 1159건, KEB하나은행 625건, 광주은행 320건, 수협은행 289건, KB국민은행 769건, 경남은행 386건, BNK부산은행 530건, 대구은행 265건, 케이뱅크 261건, 전북은행 265건, 제주은행 160건으로 조사됐다.

출범한 지 3개월이 지났지만 실제 발급량은 10만건에도 못미치는 성적을 거뒀다.

최근 은행이 홈페이지와 모바일에 배너 광고를 띄우는 등 홍보 강화에 나섰지만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개발 과정에서 불거졌던 은행연합회 전문성 부재 등 문제까지 제기되며 은행 불만도 커지고 있다.

일부 SI기업 등은 은행연합회 뱅크사인 기술이 은행에서 발행하는 민간인증서를 서로 공유하는 '짝퉁 블록체인 인증서'라고 비판했다. 사업자 선정과정도 중소기업을 배제하고, BMT기술 스펙을 공개하지 않는 등 불완전한 사업 과정을 거쳤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뱅크사인 출시 후 부실한 사후관리도 도마에 올랐다. 편의성을 위해 탄생한 뱅크사인이 실제 등록, 이용이 너무 복잡하고 로그인, 등록 메뉴 등을 거의 찾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공인인증서 대체 '뱅크사인' 폐기율 10% 넘어...15개 은행 발급·폐기량 단독 공개

김태영 은행연합회장은 뱅크사인 출범식에서 “뱅크사인이 은행권 블록체인 플랫폼 본격 가동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면서 “향후 더 다양한 블록체인 공동사업 추진 토대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청사진이 실종되며 김 회장 책임론까지 불거지는 모양새다.

은행도 불만이다. 막대한 분담금을 협회에 내고 있지만 사후관리와 고객 유입을 위한 마케팅이 제대로 지원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낮은 실적 문제를 각 은행 탓으로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뱅크사인 출범 초기부터 여러 문제를 지적했지만 외면당했다”면서 “정부 핀테크 확산 기조에 맞춰 은행연합회가 뱅크사인 사업을 정권에 생색내기로 활용했다”고 비판했다.


[표]15개 은행 뱅크사인 발급·폐기 현황(단위:건, 12월 5일 기준)
(자료:각 사 취합)

공인인증서 대체 '뱅크사인' 폐기율 10% 넘어...15개 은행 발급·폐기량 단독 공개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