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과기계 공방으로 번지나…KAIST, 14일 신 총장 직무정지 이사회

정부-과기계 공방으로 번지나…KAIST, 14일 신 총장 직무정지 이사회

정부와 과학기술계 사이에 불협화음이 확산됐다. 최근 잇따른 과기계 기관장 감사와 교체를 비롯해 출연연 비정규직 전환 등 정부 핵심 과학기술 정책 이행을 두고 우려 목소리가 높다.

◇커지는 반발…정부와 평행선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협의회는 13일 신성철 KAIST 총장에 대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검찰 고발, 직무정지 요구를 우려하는 성명을 냈다. KAIST는 14일 이사회를 열고 신 총장 직무정지 여부를 의결한다.

KAIST 교수협의회는 과기정통부가 신 총장에게 신중한 절차를 적용하고 충분한 소명 기회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기정통부가 지난달 28일 신 총장을 배임과 횡령 혐의로 고발하고, 이틀 뒤 KAIST 이사회에 직무정지를 요구한데 따른 반발이다.

과기정통부는 신 총장이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총장 재임 시 미국 로렌스버클리연구소(LBNL)와 국제공동연구를 하면서 계약에 없는 추가 비용을 부당 지급했다고 보고 있다.

교수협의회는 “국가과학기술의 미래 역량을 키우는 KAIST의 꾸준한 정진을 위해 공정하고 투명한 조사가 조속히 이뤄지기를 촉구한다”고 전했다. 성명서에는 KAIST 교수 310명이 찬성 의사를 보냈다. KAIST 전체 교수는 629명, 협의회 회원은 569명이다.

국제학술지 네이처도 신 총장 사태에 주목했다. 네이처는 “한국 과학자들이 신성철 총장에 대한 과기정통부 조사 방식을 비판하고, 신 총장에 대한 의혹 제기에 그를 퇴진시키려는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 총장의 소명 없이 고발과 직무정지 요청 등이 이뤄졌고 과기정통부가 미국 로렌스버클리연구소(LBNL)에 공식 조사, 자료 제출 요청을 하지 않은 것도 논란을 부추겼다.

과기정통부는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손승현 과기정통부 감사관은 “DGIST 감사 과정에서 비위 사실을 확인,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등 적합한 절차에 따라 고발, 직무정지를 요청한 것으로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또 “해당 계약이 미국 법에 의한 DOE와 LBNL 규정에 의해 검토 및 승인됐다고 하더라도 DGIST는 국가계약법을 준수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표적 감사 논란에는 “2016년 감사 당시 밝혀지지 않은 사실을 추가 조사하는 것으로 이제 와서 관련 내용을 다시 수면위로 올린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과기계, '일방 정책'에 불만 가중

현 정부 출범 이후 시행하는 주요 과학기술 정책 행보에서 과기계와 엇박자가 빚어졌다. 출연연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에서 탈원전까지 정책마다 충돌했다. 지난해 연말 불거진 주요 기관장 사임 압력 이후 과기계 시선이 달라졌다. 현 정부 출범 이후 과기계 기관장 11명이 중도 퇴임했다. 2년 넘게 임기를 남긴 경우도 있었다.

신 총장 논란의 시발점이 된 과기정통부의 손상혁 전 DGIST 총장 조사 때도 상황은 비슷했다. 7~8월 한 달 사이 두 차례 특정감사를 받았다. 감사결과에 따라 과기정통부가 DGIST 이사회에 손 총장 징계를 요청했고 손 총장이 자진 사퇴했다. 이에 DGIST 교수협의회는 전체 구성원 긴급 비상총회를 개최, 감사중단을 요청했다. 과기계는 최근 신 총장 사태를 포함해 정권 교체기에 반복되는 논공행상 기관장 교체 관행이 계속되고 있다며 우려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출연연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도 과기정통부와 출연연 간 불협화음이 빚어졌다. 탈원전을 놓고도 원자력 연구개발(R&D) 위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양수석 출연연연구발전협의회 총연합회 회장은 “현 정부 국정철학이 사람 중심이고 현장 목소리를 듣는 것인데, 실제 이것이 이뤄지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면서 “국정 철학에 맞는 정책이 실현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 최호 산업정책부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