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반·디 위기, 관행 혁파하는 발판으로

디스플레이 장비 업계가 뒤숭숭하다. 삼성디스플레이에 3D라미네이션 장비를 공급해 온 톱텍이 중국에 핵심 기술을 유출했다는 혐의로 검찰에 기소되자 이를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주요 기술을 패널사와 협의 없이 중국 경쟁사에 판매하려 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갑·을 관계가 명확한 시장 특성으로 장비 기업이 억울하게 오해를 받았을 수도 있다는 견해를 피력한다.

3D라미네이션이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핵심 기술인지 중국에 판매한 장비가 삼성디스플레이가 사용하는 동일 기술인지 여부를 떠나 후방 업계는 자칫 고객사 다변화가 어려워질까 속앓이를 하고 있다. 가뜩이나 국내 디스플레이에 이어 반도체 전방 기업까지 투자가 축소·지연되면서 수출이 더 중요해진 가운데 이 때문에 제동이 걸리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조심스럽지만 후방업계에서는 국내 대기업 간 교차 구매 필요성도 지적한다. 국내 경쟁사에는 제품을 팔지 못하는데 중국 경쟁사에는 수출 가능한 업계 관행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 후방 장비 기업은 특정 대기업 핵심 협력사로 일하는 동안 경쟁사에 제품을 판매하지 못한다. 기술 사양을 다르게 설정하면 중국 경쟁사에는 팔 수 있지만 국내 경쟁사에는 팔 수 없는 게 관행처럼 굳어졌다. 반면에 세계 유수 장비 기업은 삼성, SK하이닉스, LG, 중국을 가리지 않고 제품을 판매한다.

일각에서는 '중국과 한국 간 기술 격차가 커서 중국에는 팔아도 되는 것 아니냐'고 해석한다. 그러나 세계 유수 장비·소재 기업이 글로벌 전방기업과 다방면으로 협력하는 것을 감안하면 앞뒤가 맞지 않다. 매출 1조원 클럽을 목표로 뛰는 후방기업이 많다. 예전에 비하면 수출 빗장도 거의 풀렸다. 일부 기업은 국내 경쟁사에 장비를 판매하는 사례도 조금씩이나마 생겨나고 있다.

2019년은 반도체·디스플레이 모두 후방기업이 보릿고개를 넘는 시기일 것으로 예상된다. 실적이 부진할 때 기업이 차세대 기술 연구개발(R&D)에 더욱 집중하는 것처럼 고질화된 시장 관행도 긍정 쪽으로 변화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