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기술 혁신성장 좌담회] <3>스마트 제조혁신 비전과 과제

[산업기술 혁신성장 좌담회] &lt;3&gt;스마트 제조혁신 비전과 과제

# 제조업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저성장과 보호무역주의 대두로 세계 경제성장률이 하향 곡선을 그리면서 우리 경제 30%를 차지하는 제조업 경쟁력도 하락했다. 우리나라 제조업 경쟁력 지수는 2014년 4위에서 2015년 5위로 하락한 뒤 좀처럼 반전의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이러는 사이 중국은 2005년 17위에서 2015년 우리를 제치고 3위에 올랐다.

우리 경제는 가공무역형 산업구조, 박리다매형 생산구조 등 약점이 뚜렷하다. 제조업 부가가치율은 2015년 기준 OECD 31개국 가운데 25위다. 대기업 중심 수직적 산업생태계로 인해 대중소기업간 혁신역량 양극화도 극명하다.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제조업의 '디지털 전환' 필요성이 커졌다. 제품 기획, 설계 단계부터 생산, 유통, 마케팅까지 전체 제조 공정을 최적화, 효율화해 생산 유연성을 극대화할 수 스마트 제조 시스템과 지능형 제조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골자다. 하드웨어, 소프트웨어를 연결해 완벽히 동기화한 '사이버물리시스템(CPS)'를 구현하는 것이 숙제다. 전문가에게 우리나라 제조업 디지털 전환의 필요성과 핵심 과제, CPS 성공 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참석자(가나다순)]

김기수 포스코 상무

노상도 성균관대 시스템경영공학과 교수

박문구 삼성KPMG 전무

손우형 두산중공업 상무

송기영 수아랩 대표

사회=장웅성 산업통상자원 R&D전략기획단 주력산업MD

◇장웅성(R&D전략기획단 주력산업MD)=우리나라 제조업의 디지털 대전환을 위해 산업 생태계 관점의 역량을 극대화하고, 범국가적 미래상과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또 기술, 전략, 문화를 통합적으로 고려한 한국형 청사진이 필요하다. 기술적 관점에서 지능정보기술, 네트워크기술, 소프트웨어 기술들이 통합된 CPS 구축 필요성과 해외 선진국 현황은 어떤가.

◇노상도(성균관대 시스템경영공학과 교수)=미래 제조업은 신제품 출시, 설계나 공정 변경, 기계 고장, 긴급 주문, 품질 문제 발생 등 여러 가지 변경과 변동에도 자율적으로 대응해 효율적인 생산이 이뤄지는 지능형 제조이다. CPS는 실제 세계에서 동작하는 모든 요소들이 각종 센서, 정보처리장치, 소프트웨어, 사물인터넷 등에 기반한 컴퓨팅 시스템과 상호 유기적으로 연계돼 최적의 제어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을 말하는데, 지능형 제조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현대 소비자는 과거와 다르다. 요구가 순식간에 바뀐다. 전통적 생산 방식으로는 소비자 요구를 바로 맞출 수 없다. 제조시스템이 바뀌어도 바로 따라갈 수 있는 유연하고 똑똑한 시스템이 필요하다. 재료가 바뀌어도 이에 맞춰 공정을 개선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미래 제조업의 방향이고 CPS 구현이 필요한 이유다.

◇박문구(삼성KPMG 전무)=CPS는 생산현장과 가상의 사이버공간이 완벽히 동기화돼 사이버 공간에서 제어하는 것이 물리 공간에서 동일하게 컨트롤되도록 하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CPS는 제조공장 운용체계(OS)이고 지능형 제조혁신의 궁극적인 모습이 CPS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 제조업이 굳이 CPS까지 구현해야 할 필요가 있냐는 인식이 있다. 나아가 CPS를 통해 어떻게 사업을 해야할 지 방향성을 못 잡고 있는 기업도 많다. 우리 기업은 전통적 생산 방식에 익숙하고 전문성을 갖고 있다. 그러다보니 CPS와 같은 혁신을 잘 구현하지 못했다. CPS를 통한 지능형 제조업을 탄생시키고 한국경제를 위한 신성장엔진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CPS를 이루는 요소기술에 대한 이해보다는 그 요소기술들의 조합과 융합을 통해서 만들어 내고자 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무엇인가가 중요하다. 지멘스와 GE는 CPS를 구현함으로써 선점할 수 있는 시장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기 때문에 과감한 투자를 하고 글로벌 제조업 사이에서 이슈를 선점할 수 있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정부는 기업과 협력하여 새로운 사업 모델을 제시하고 투자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은 사실 지멘스, GE 등 공장보다 훨씬 디지털 전환이 잘 돼 있다. 낮은 수준의 공정 노하우를 공개하고 우리 산업계가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청사진만 잘 그리면 원재료는 풍부하다고 본다. CPS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우리가 잘 했던 것을 기반으로 나아갈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김기수(포스코 상무)=CPS는 기계, 전자, 전기,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은 물론 심지어 건설·엔지니어링 산업의 총합이다. 독일과 미국은 제조업을 CPS 기반으로 발전시키면 이런 산업들이 동반성장한다는 점을 인지하고 국가적인 운동으로 만들어 내고 있다. CPS는 상이한 산업과 공정에서 획일적으로 적용될 수 없다. 예를 들면 GE에서 추진한 터빈 운용의 디지털트윈을 조립산업이나 철강산업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따라서 CPS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서는 기업 내 디지털화 또는 자동화를 넘어 목표하는 산업, 설비, 공정과 효과를 명확히 설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제조의 지능화 레벨과 방향성을 정의하고 각 레벨에 도달하기 위한 기술개발과 성공 포인트 등을 구체화해야 한다. 특히, 설비 장애 50% 감소, 설비 수명 30% 연장, 에너지 비용 20% 절감, 불량률 20% 개선 등과 같은 실질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작은 실증사례를 통해 경험을 축적해가는 현명함이 필요하다.

◇장웅성=국내 제조업의 디지털 전환을 위해 산업 생태계 지능화, 산업 데이터 공유 및 활용, 성공사례 창출 등 핵심 전략은 무엇인가.

◇노상도=CPS 구현은 데이터를 창출, 보유하고 있는 제조기업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디지털트윈을 구성, 운영하는 솔루션 공급 기업들 사이의 '협업'을 통해 이뤄진다. 이를 위해 공정하고 합리적 성과 공유 기반 파트너십와 연구개발, 비즈니스 생태계가 잘 운영,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

◇박문구=구글, 아마존, 알리바바가 E-커머스 중심으로 선점한 플랫폼 영토에 이어, 독일 지멘스, 미국 GE 등이 선점하려는 영역은 제조업의 운용체계(OS)다. 자칫 우리 기업들은 글로벌 고객과 제조 핵심 노하우를 플랫폼과 제조 OS에 뺏길 위험에 처해있다. 사실상 하청 위주의 외주제작만 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그들의 전략을 안드로이드와 IOS 사례에서 배웠다. 우리는 패스트 팔로잉은 잘한다. 제도 등 발목을 잡는 것과 부정적 인식을 걷어내야 한다. 우리가 늦었지만 할 수 있는 역량은 충분하다고 본다.

◇손우형(두산중공업 상무)=플랜트 산업, 특히 발전소는 이미 센서가 충분하게 설치돼 있어 디지털 전환을 빠르게 구현할 수 있다. 그러나 수요자나 공급자 모두 플랫폼과 SW에 대한 지식, 역량이 부족하다. 다양한 참여자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동인이 필요하다.

◇송기영(수아랩 대표)=국내에는 기술이 뛰어나고 첨단 기술 도입에 적극적인 제조 대기업이 많다. 또 정보 수집 부분에서 IT인프라와 기술이 발달돼 있는 부분이 우리 강점이다. 이런 부분에서 대기업에 대한 편중이 심한 것은 약점이다. 정책적 관점에서 기술의 편중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김기수=전략이 중요하다. 우리는 지금까지 하드웨어 중심으로 성장했다. 우리 약점은 우버 처럼 플랫폼 비즈니스에 약점이 있다고 본다. 인력은 우리도 강점이 있다. 이런 것들을 어떻게 연결하고 융합해서 성과를 만들어 낼지, 이것은 전략의 문제다.

◇장웅성=현재의 제조업 위기는 오히려 디지털 전환의 적기가 될 수 있다. 위기를 기회로 바꿔야 미래를 담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제조업의 지능형 제조 혁신을 위한 과제와 정부의 역할은 무엇인가.

◇노상도=선진국의 선도 솔루션 공급 기업이 전략적으로 높은 수준의 '스마트화'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대기업, 중견기업의 경우 해외 선진국의 제조업 스마트화 수준은 우리와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중소기업은 제조현장의 데이터 관리와 정보통신기술(ICT) 활용 측면에서 수준이 아직 낮은 편이다. 이에 대한 극복이 선행돼야 스마트화와 지능형 제조 혁신이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다.

◇박문구=선진국은 제조업을 부활시키고 세계 신시장을 선점하려는 체계적 기술발전 로드맵을 수립하고 국민운동으로 이끌고 나아가는 반면, 한국은 '디자인 싱킹'이 부족해 근본 핵심 기술요소를 조합해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뿔뿔이 흩어져 각자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본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데이터를 공유하고 활용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선진국은 MS나 아마존이 쌓은 경험을 데이터를 열어주면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선 데이터 내 줄 수 있는 대기업이 있을까. 또 공공에서는 데이터를 어디까지 공개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데이터를 모으고 나눌 수 있는 디자인 싱킹이 필요하다.

◇송기영=제조업의 스마트화를 위한 첫 단계는 제조 데이터 수집이다. 이 부분에서 해외 선진기업과 국내 대기업과의 격차는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중소·중견기업으로 갈수록 준비가 안 된 경우가 많다. 제조 데이터 수집 부분에서 생산하는 제품의 품질을 정량화 할 수 있는 머신비전 시스템 도입이 필수적이다. 이런 부분에서도 해외 선진기업이나 국내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과의 격차는 매우 크다.

◇손우형=플랜트 산업만 놓고 보면 선진국도 우리와 비교해 많이 앞서 있다고 보긴 어렵다. 모두 출발선상에 있는 상태다. 우리에게 분명 기회가 있다. 다만 인식은 개선해야 한다. 우리나라 마인드는 SW를 제품으로 인식한다. 한번 사면 끝이다. 실제 SW는 그렇지 않다. 쓰면서 발전시켜야 한다. SW를 정원에 비유하고 싶다. 방치하면 잡초가 자란다. SW가 스마트화, 디지털화의 핵심이다.

◇김기수=협업을 해야 한다. 일대일이 아닌 오케스트라와 같은 협업이 필요하다. 한 번도 해보지 않는 것이니 어떻게 할지 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소기업에게도 어젠다를 줘야 한다. 무엇을 해야할지, 또 앞으로 어디에 투자할지 등에 관한 것이다. 정부의 스마트공장 사업도 중소기업 3만개 구축 이후 뚜렷한 발전계획이 없다. 현재 우리나라 제조업의 위기는 자명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인력이다. AI가 아무리 고도화돼도 제조업 스마트화 과정에서는 결국 사람이 필요하다. 제조업과 디지털을 함께 이해하는 전문인력 양성도 매우 중요하다.

정리=

최호 산업정책부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