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칼럼]'코스트'만 보이는 국가, 그리고 대한민국의 IT서비스산업

전 세계가 뉴노멀 경제에 봉착하고 있지만 혁신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찾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경제는 새로운 가치 창출, 차별화 전략을 세워 놓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혁신은 고사하고 위기가 닥쳐야만 세금 위주의 땜질식 처방으로 위기를 넘기다 보니 지속된 경고를 무시하는 '회색코뿔소' 효과가 우려된다.

송희경 자유한국당 의원
송희경 자유한국당 의원

특히 대한민국의 정보기술(IT) 서비스 산업은 그동안 대기업 위주의 지원 역할이거나 국가 세금이 투입되는 공공 사업, 연구개발(R&D) 과제, 시범 사업 위주로 구성됐다. 대부분이 국가가 지불하는 코스트(비용)다. 이런 IT 산업 생태계다 보니 수익과 부가 가치가 만들어지지 못하는 근본 한계에 갇혀 있다.

2001년 9·11 테러 전날인 9월 10일 필자는 출장길로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도착했다. 이튿날 아침 두 번째 비행기가 세계무역센터(WTC)에 충돌할 때 TV를 켰다. 엄청난 충격이었다. 이 사고로 인명 피해는 3500명, 경제 피해는 1조4300억원에 이르렀다. 많은 금융회사 데이터가 손실되는 등 막대한 피해를 봤다.

참사 속에 뉴스를 통해 또 다른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모건스탠리 뱅크 직원이 '평소에 훈련받은 대로' '메뉴얼대로' 허드슨강 건너 약 30㎞ 떨어져 있는 '티넥'이란 곳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보도였다. 그곳은 재난·재해복구시스템(DRS) 센터가 자리한, 참사로 손실된 모건스탠리 뱅크 온라인 시스템을 복구할 수 있는 곳이었다.

모건스탠리 뱅크는 본사가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최악의 위기 속에서도 불과 24시간 만에 온라인뱅킹시스템을 재개했다. 72시간 만에 모든 업무 정상화에 성공했다. 고객 거래 정보를 손상 없이 모두 복구했다. 평소에 위기관리시스템과 체계화한 DRS 구축 기반으로 훈련받은 것이 고객 보호와 기업의 영업연속성계획(BCP)을 가능케 한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모건스탠리 뱅크의 당시 위기관리시스템인 DR/BCP 핵심 인재가 그 프로세스와 IT 서비스를 전 세계에 컨설팅하고 수출하면서 막대한 수익을 거뒀다는 것이다.

세계 초일류 기업 아마존의 웹서비스(AWS)도 원래 온라인거래 지원 시스템이었다. 고객과 소통하는 플랫폼으로 인식을 전환하면서 수익 부서로 성장, 현재 세계 1위가 됐다. IT가 단순한 지원의 역할을 넘어 비용 투입을 통한 경험과 경쟁력이 가치를 창출해 수익 센터로 거듭난 대표 사례로, 전 세계에 많은 참고가 된다.

우리도 이제 그동안 IT서비스 산업에 투자된 국가 시범 프로젝트나 공공기관 발주 시스템도 1회성으로 그치지 말고 지속 개선으로 혁신 서비스나 신제품 개발·사업화에 더 집중해야 한다.

우리 국가를 부강하게 한 중공업, 자동차, 반도체, 조선 등에 지원된 많은 IT 시스템이 있다. 세계 일류 기업이 되도록 지원한 IT 시스템이면 세계 일류이지 않겠는가. 업무 프로세스와 서비스를 잘 패킹해서 수출하고, 부가 가치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기업의 코스트센터는 돈을 벌어 오는 수익센터를 위해 존재한다. 국가라고 다를 것은 없다. 국가도 코스트, 즉 세금을 국가 IT 산업을 키우는 것에 투자했으면 그 결과가 수익으로 창출하도록 반드시 관리해야 한다. 그래야 대한민국 IT 산업이 살고, 국가가 산다.

송희경 자유한국당 의원 alpha-song@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