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데이터 바우처 사업, 선후가 바뀌었다

정부가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위해 '데이터 바우처' 사업 예산을 대폭 늘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중소·벤처기업 데이터 구매를 지원하기 위해 새해 바우처 예산을 600억원으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불과 2억원에서 무려 300배나 늘었다. 사업은 구매와 가공 두 부문으로 나뉘어 정부·민간 공동 매칭 형태로 진행한다. 가공된 데이터가 필요한 기업에는 총 400억원, 원본 데이터 구매 기업에는 200억원을 각각 지원한다. 정부는 “구매 1000개사, 가공 640개사가 목표”라고 강조했다.

데이터 바우처 사업은 기업에 단물과 같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예산도 선심성으로 찔끔 던져 주던 데서 통 크게 늘렸다. 잘 활용한다면 데이터 시장을 활성화하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절대 규모로 부족한 데이터 예산과 규모를 감안할 때 반가운 일이다. 당장 데이터 투자가 필요하지만 자금이 여유롭지 못한 기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 확실하다.

문제는 과연 비즈니스에 도움이 될 만한 데이터가 있느냐다. 데이터 사업을 준비하는 기업의 어려움은 두 가지다. 하나는 데이터 양이 절대 부족하다. 서비스를 위한 가용 데이터가 필요하지만 규제와 제도 미비, 낮은 인식 수준, 시장 미성숙으로 사업화할 만한 데이터를 찾기가 쉽지 않다. 또 하나는 시장이 만들어지지 않았다. 데이터를 구매하고 싶어도 어떤 데이터가 있는지, 어떻게 구입해야 하는지, 어디에 있는지 등 절차와 방법이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수준이다. 쓸 만한 데이터도 없고 데이터 구매 방법도 모르는 데 바우처 사업이 제대로 정착될 리 만무하다.

사실 이전에도 데이터 구매와 가공을 지원하는 제도가 있었다. 데이터진흥원은 수년 전부터 '데이터 스토어'를 운영해 왔다. 그러나 데이터 종류도 제한되고 데이터를 사고팔기 위한 가이드라인도 없어 이용률이 크게 떨어졌다. 바우처 예산으로 수백억원을 편성해도 쓸 만한 데이터가 없다면 실속 없는 정책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짙다. 데이터 구매 예산 못지않게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하는 사업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