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가 만났습니다]임원선 한국저작권위원장 "유튜브, 음악에선 방송처럼 돼야"

[데스크가 만났습니다]임원선 한국저작권위원장 "유튜브, 음악에선 방송처럼 돼야"

'마음 놓고 창작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세상.'

한국저작권위원회가 꿈꾸는 지향점이다. 위원회는 투명한 저작권 산업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지난해 저작권 분쟁 180여건을 조정했다. 같은 기간 저작권 심의 횟수도 10여건에 달했다. 저작권 분야 국제 협력 범위도 넓힌다. 저작물 이용에 대한 국민적 인식 제고에도 나섰다. 음악, 영상, 방송, 어문과 같은 저작권 이슈에는 늘 위원회가 함께했다.

위원회 어깨는 더 무거워졌다. 누구나 저작권자이면서 창작자가 되는 지식기반 사회로 진입했기 때문이다.

위원회는 저작권을 둘러싼 대국민 서비스를 강화, 변화에 맞선다. 저작권법 제도도 개선해 공정하고 균형 잡힌 산업 생태계를 만든다.

그러나 최근 걱정거리가 생겼다. 저작물을 다루는 새로운 플랫폼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기존 산업 생태계가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영향력이 계속 커지는 유튜브가 판을 거세게 흔든다.

저작권자는 물론 위원회도 대책 마련에 분주해졌다. 임원선 한국저작권위원회 위원장을 만나 저작권 산업 현주소와 유튜브가 몰고 온 산업 변화에 대응할 복안을 들어봤다.

[데스크가 만났습니다]임원선 한국저작권위원장 "유튜브, 음악에선 방송처럼 돼야"

<유튜브>

-유튜브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기존 음악 산업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무엇이 문제인가.

▲세계 저작권 연구자들이 모두 이 문제와 씨름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만큼 뜨거운 이슈다. 흔히 '가치격차(value gap)'라 불리는 현상이다. 이를 두고 두 가지 주장이 팽팽하게 맞선다.

유튜브 같은 플랫폼은 광고 기반 서비스다. 멜론이나 스포티파이처럼 월정액을 받는 가입자 기반 서비스와 구분된다. 갈수록 광고 기반 서비스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음반업계는 음악산업 위축을 우려한다. 광고를 통해 버는 수익이 가입자 기반 서비스보다 낮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반론도 제기된다. 약탈효과가 적거나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유튜브로 음악을 듣는 수요층이 기존 서비스 이용 소비자와 겹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음악 산업 발전에 기여한다고 맞받아친다. 제도권 홍보채널에 접근하기 어려웠던 뮤지션에게도 자신을 알릴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운다.

-결론적으로 누구 주장이 옳나.

▲유튜브의 홍보, 약탈 효과 중 어느 것이 얼마나 더 큰지에 대해선 의견이 나뉜다.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홍보효과가 크더라도 약탈효과가 상당하다면 음악 산업 발전에 부정적일 수 있다. 상황에 따라 대응이 필요할 수 있다.

미국은 대안 모색을 위해 2015년 말부터 움직였다. 연구와 이해관계자 대상 의견청취에 나섰다. 그러나 2017년 초 석연치 않은 이유로 추진이 중단됐다.

유럽연합은 지난 9월 이 문제와 관련한 지침이 유럽의회를 통과했다. 2019년 초 최종 투표를 앞두고 있다. 반대 의견도 많아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

설령 통과되더라도 실효성에는 회의적 시각이 많다. 지침 요지는 필터링 의무화다. 유튜브는 콘텐츠 아이디(CID) 시스템을 통해 이 같은 기능을 이미 구현한 상태다. 우리나라 사정도 비슷하다. 필터링 의무를 부과해도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데스크가 만났습니다]임원선 한국저작권위원장 "유튜브, 음악에선 방송처럼 돼야"

-해법이 아예 없는 것인가.

▲가치격차 문제를 풀기 어려운 까닭은 저작권자가 선택한 것이기 때문이다. 유튜브 CID는 게재된 영상을 필터링한다. 이후 저작권자에게 해당 영상을 삭제할지, 광고를 붙여 수익을 낼지, 그냥 놔둘지 선택하게 한다.

즉 유튜브 입장에서는 저작권자 뜻대로 해주는데 뭐가 문제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저작권자는 아직 명확한 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저작권 역사를 살펴보면 실마리가 보인다. 바로 방송이다. 유튜브는 음악에 한해선 방송처럼 돼야 한다. 광고 기반 서비스라는 측면에서 방송은 유튜브의 원조다. 예전에는 새 음반이 나오면 제일 먼저 방송사 음악 프로듀서(PD)에게 달려갔다.

-구체적 사례를 들어 달라.

▲벅스뮤직을 떠올려보자. 유튜브 화면을 꺼놓는다고 생각하면 차이는 하나뿐이다. 음악을 올리는 주체가 다르다. 하지만 (듣는 입장에서)결과는 같다. 소비자는 잠시 광고만 봐주면 대가나 큰 불편 없이 원하는 음악을 듣는다.

비슷한 서비스였지만 당시 벅스뮤직은 불법으로 판정됐다. 반면 유튜브는 세계적 서비스로 발돋움했다. 유튜브 약탈효과가 잠재적으로 상당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배경이다.

유튜브는 저작권자 선택을 존중한다. 이 때문에 합법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잠재적 약탈효과를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는 필요하다.

기존 음악전문 서비스와 차별화해야 한다. 우선 개인화 서비스를 제한하는 것이다. 즐겨듣기 목록, 정교한 큐레이션 등 맞춤형 추천 서비스가 해당된다.

방송은 듣고 싶은 곡을 원할 때 들을 수 없다. 이 때문에 CD 시장과 차별화될 수 있었다. 온라인 음악서비스 시장과도 구별됐다. 같은 광고 기반 서비스인 유튜브는 방송과 온라인 음악서비스 사이에 자리 잡아야 한다.

-소비자가 불편을 느낄 것 같다.

▲음악을 즐기기 위해 유튜브를 이용하는 소비자라면 그럴 수 있다. 대안도 있으니 이해해줄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영상은 사정이 다르다. 이 문제는 뮤직비디오처럼 음악이 주가 되고 영상이 부수적인 경우에만 적용하고 다른 영상에는 적용하지 않으면 최소화할 수 있다.

-유튜브가 동의할까.

▲구글도 구글 뮤직을 운영하고 있다. 문제 본질을 이해할 것으로 본다. 다만 유튜브가 스스로 이 같은 해법에 동의할 것으로는 기대하기 어렵다. 결국 권리자 협상력이 필요하다.

지금은 권리자들이 매출액 대비 분배율을 높이는 데에만 관심을 보인다. 아무리 분배율을 높여도 음악 직접 판매에 따른 저작권료와는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차별화에도 눈을 돌리게 될 것이다. 이때에는 더 큰 협상력이 요구된다. 저작권자보다는 음반제작자 협상력이 관건이다. 방송과 달리 전송에서는 음반 제작자에게만 일정 곡을 제외할 수 있는 배타적 권리가 부여되기 때문이다.

-다른 변수는 없나.

▲현재 누리고 있는 이득과 편의를 제약당하는 쪽에서는 반대할 것이다. 하지만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얻는 이득과 편의는 지속될 수 없다.

유튜브가 가입자 기반 서비스를 위협할 수 있었던 배경은 이용자들이 충분한 양의 음악을 올리기 때문이다. 이 수준에 도달하지 않은 다른 서비스까지 같은 방식을 적용하는 것은 불필요하다. 바람직하지도 않다.

다만 이 기준을 설정하는 작업이 쉽지 않을 것이다. 온라인 음악서비스가 성장하지 않은 수많은 개발도상국에서는 유튜브가 음악을 홍보하고 수익하는 유일한 수단일 수 있다. 이들 지역에서는 당장은 약탈효과가 없거나 크지 않을 수 있다. 국가별 상황에 맞게 기술적으로 차별화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임원선 한국저작권위원회 위원장.(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
임원선 한국저작권위원회 위원장.(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

<한류>

-저작권 보호를 강화한 데 대한 시장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한류 발전으로 이어졌다고 본다. 반면 일각에서는 보호 정책에 더 힘을 줘야 한다고 지적한다. 위원회 입장은.

▲상품을 수출하는 나라는 많다. 하지만 문화를 지속 수출하는 나라는 드물다. 미국과 일본, 유럽 일부 국가 정도다. 우리나라가 그 반열에 올라섰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자부심을 가질만하다.

우리 문화산업이 이만큼 발전한 배경을 두고 정부가 검열과 규제를 폐지, 여러 가지 지원정책을 추진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여기에 하나를 더 추가해야 한다. 저작권 보호 노력이 크게 뒷받침됐다.

문화가 산업이 되려면 사람과 재원이 모여야 한다. 이후 지속성을 갖추려면 산출(수익)이 재투자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콘텐츠 창작과 유통, 향유를 선순환 생태계로 묶어줘야 한다. 거멀못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 역할을 바로 저작권이 한다.

-해외시장에 나간 한류 콘텐츠는 어떻게 보호하나.

▲해당 나라 보호 수준을 봐야 한다. 이 수준을 넘어서는 보호 정책을 쓰긴 어렵다. 단속은 합법적 유통으로 이어질 때 의미가 있다. 때로는 우리 콘텐츠를 알리는 게 먼저일 수 있다.

중국처럼 보호가 자리를 잡아가는 곳에서는 현지 정부와 협조, 단속을 병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그러지 못한 곳에서는 다른 전략을 택해야 한다. 저작권 인식을 높이고 합법 유통을 활성화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위원회는 중국 북경, 태국 방콕, 베트남 하노이, 필리핀 마닐라에 해외사무소를 세웠다. 이를 활용해 우리 콘텐츠 업계가 현지 유통 채널과 정보를 교환하도록 돕는다. 수출 상담도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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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불법 웹툰 사이트 '밤토끼'를 잡아도 소비자들이 계속 불법 사이트를 찾는다면 원천봉쇄가 어렵다. 근본적 대안은.

▲저작권 침해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기업적이거나 악의적으로 이뤄진다. 반면 잘 몰라서 혹은 심각하다고 인식이 없어서 벌어진다. 전자(기업적 침해)의 경우 강력한 단속과 처벌에 나서야 한다. 후자에 대해선 교육과 홍보가 우선이다.

하지만 문제는 후자가 전자의 토양이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작권 인식 변화 없이는 근본적 해법이 나오기 힘들다. 때문에 초중고 학생들이 중요하다. 저작권은 전 국민 필수 교양이 됐다. 교과과정에도 조금 더 충분하게 반영돼야 한다.

김원석 성장기업부장(왼쪽)이 임원선 한국저작권위원회 위원장에게서 유튜브가 몰고올 지각변동에 대해 듣고 있다.(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
김원석 성장기업부장(왼쪽)이 임원선 한국저작권위원회 위원장에게서 유튜브가 몰고올 지각변동에 대해 듣고 있다.(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

-웹툰업계 창작자와 플랫폼 사이 수익 분배 갈등이 끊이지 않는다. 위원회 중재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우월한 지위를 남용하는 이른바 갑질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웹툰 시장이 단기간에 급성장했다. 이 시장에 뛰어든 신인작가 중에는 사회 경험이 부족한 사람도 있다. 이 점을 악용한 사례가 언론에 보도되며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위원회는 지난해 공정거래지원팀을 신설했다. 전담 변호사 2명을 배치했다. 다만 법과 제도가 아무리 공정해도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때가 있다. 이를 활용할 시간과 재원이 부족해 억울하게 당하는 경우가 많다. 단순 상담만으로는 한계가 뒤따르는 이유다.

공정거래지원팀은 이 같은 분들을 돕는다. 소송까지는 아니더라도 공정성이 회복되도록 필요한 지원에 나선다. 최근 발생한 웹툰 사안에도 이 팀이 관여하고 있다.

임원선 한국저작권위원회 위원장.(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
임원선 한국저작권위원회 위원장.(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

[Who Is?]임원선 한국저작권위원회 위원장

임원선 한국저작권위원장은 1962년 경기 화성에서 태어났다. 경기 오산고, 숭실대학교를 졸업했다. 서울대학교에서 석사를 마치고 행정고시 시험을 봤다. 1986년 행시 30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과 사무관, 과장을 거쳐 저작권국장에 올랐다. 2016년 말에는 국립중앙도서관장을 지냈다.

임 위원장은 저작권 분야 입지적 인물이다. '미스터 카피라이트'로 불린다. 미국 유학 중 지재권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동국대학교에서는 저작권법으로 법학박사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제네바 세계지식재산기구(WIPO)에 파견된 국내 최초 문화부 공무원이기도 하다. 발표 논문 수만 20여편에 이른다. 직접 집필한 '실무자를 위한 저작권법'은 저작권 현장 필독서로 꼽힌다.

대담=김원석 성장기업부장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