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문재인 정부 경제정책, '진짜' 변했나...'보완' 아닌 '전환' 필요

[이슈분석]문재인 정부 경제정책, '진짜' 변했나...'보완' 아닌 '전환' 필요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경제정책 속도와 방향 조절 가능성을 연일 언급하면서 정책 노선 전환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취임 이후 줄곧 소득주도성장과 공정경제(경제민주화) 위주 경제 정책을 펼치다 최근 기업과 산업 육성에 맞춘 혁신성장에 관심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문 대통령이 '경제활력'에 초점을 둔 성장동력 확보에 대한 의지만큼은 확고하다는 게 청와대 안팎의 분석이다. 하지만 실제 정책기조 변화를 놓고는 전망이 엇갈린다. 경제활력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기존 정책 노선과 충돌하면 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다.

◇정책 전환 시그널, 곳곳에서 탐지…정책 부작용 인정

18일 세종시에서 진행된 산업부 업무보고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18일 세종시에서 진행된 산업부 업무보고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문 대통령이 최근 경제정책을 직접 챙기기 시작한 배경은 소득주도성장 중심의 경제정책에만 신경 쓰다 민심을 잃었기 때문이다. 산업 현장의 아우성을 외면하면서 정책 부작용이 곳곳에서 발생했고, 체감 경기도 악화됐다. 그런데도 정부는 “우리 경제의 체질이 바뀌면서 수반되는 성장통”이라며 소득주도성장만을 고수했다.

그러는 사이 문 대통령 지지율은 두 달 연속 하락하면서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20일 발표된 TBS 의뢰 리얼미터의 조사 결과에서는 46.5%를 기록했다.

위기의식을 느낀 문 대통령은 최근 경제 관련 인사를 대대적으로 단행했다. 2기 경제팀 진용을 갖췄다. 이어 체감 경기 악화의 구조적 원인이 '지역'에 있다고 보고 지역 경제행보도 시작했다.

17일 내년도 경제정책 방향을 논의하는 확대경제관계장관의회를 처음 주재하면서 정책 노선 수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자리에서 처음으로 최저임금 정책 보완 필요성을 인정했다.

이후 정부부처 업무보고에서도 확연히 달라진 인식을 엿볼 수 있었다. 18일 산업통상자원부 업무보고에서 문 대통령은 “산업 정책이 없다는 비판이 있는데, 뼈아픈 자성이 필요한 부분”이라며 '제조업 르네상스' 카드를 꺼내들었다. 고용노동부 업무보고에서도 “좋은 일자리를 늘린다는 면에서 성공하지 못했다”고 자평했다. 환경 정책에 대한 전반적 부실도 지적했다.

해답으로 현장 소통, 기업 애로 사항 청취를 강조했다. 산업부 업무보고에선 기업인 12명을 참여시켜 현장 목소리를 전해 듣고 정부의 확고한 지원 의지도 밝혔다.

반기업, 친노동정책이라는 굴레를 벗어던지려 노력하는 모습도 보였다. 문 대통령은 현대차그룹, 삼성전자 등 특정 기업을 거론하며 상생 전략을 높이 평가했다. 실제 내년 경제정책 방향에서 삼성그룹 측이 요구한 바이오헬스산업의 세액공제 확대가 채택했다.

◇단순 정책 '보완' 수준에 그쳐선 안돼

문 대통령이 경제정책 부작용을 인정하고 정책 유연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얼마큼 노선 변경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우선 정부는 최저임금 결정구조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2월 말까지 개편한다. 한국판 '러스트 벨트'를 되살리기 위한 대응책을 마련에 분주하다.

지금까지 행보는 어디까지나 정책 '보완' 수준으로 읽히다. 정책 '전환'을 논하기엔 이르다는 평이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산업부 업무보고에서 산업정책을 강조했지만 논란이 많은 탈원전 중심 에너지전환 정책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은 경영계 호소에도 불구하고 20일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열린 차관회의에서 확정됐다.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대대적인 정책 전환까지 나아갈지는 좀 더 지켜봐야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그동안 외교안보 현안의 중요성이 컸기 때문에 경제 현안이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었다”면서 “하지만 지금 경제 행보가 경제정책 노선을 유턴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다함께 잘 살자는 '혁신적 포용국가'라는 정책 기조는 유지한다는 설명이다. 다만 구체적인 실행 정책에서 그동안 상대적으로 부실했던 '산업 정책'을 상세화해 경제활력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둔다는 방침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내년에는 경제활력을 위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정책 성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지지율이 40%대로 급격하게 추락하면서 민심 달래기 차원의 현장 행보가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했다. 산업계는 정부가 현장 목소리를 듣는 데만 그치지 말고 실제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질적인 정책 노선 수정이 절실하다는 주장이다.

중견기업 한 CEO는 “정부가 기업 투자를 적극 권장하지만 투자할만한 기업 환경은 전혀 뒷받침해주지 않고 있다”며 “대통령의 경제 목소리 톤이 바뀌었다고 상황이 달라질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