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결산]온탕서 냉탕으로 바뀐 반도체·디스플레이

[2018 결산]온탕서 냉탕으로 바뀐 반도체·디스플레이

초호황기를 누렸던 반도체·디스플레이 시장은 올해 고점 논란이 불거지며 하향세로 접어들었다. 디스플레이는 설비 투자 시장이 얼어붙고 패널 가격이 하락하면서 전·후방 기업 모두 어려움을 겪었다. 반도체 시장은 가격 고점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는지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다 낸드플래시를 시작으로 D램 가격이 떨어지면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

올해 반도체 시장에서는 정점에서 내리막으로 접어든 메모리 업황에 관심이 쏠렸다. 메모리 가격은 3분기를 기점으로 지난 2년간 지속한 슈퍼 호황을 끝내고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시장 성장을 이끈 데이터센터 수요가 주춤하며 낸드플래시뿐만 아니라 D램까지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

연간 메모리 시장은 3분기까지 지속한 호황 덕분에 성장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주축으로 한 반도체 수출도 단일 품목으로 처음 1300억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은 오히려 역성장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는 메모리 시장 규모가 올해 1651억달러에서 1645억달러로 뒷걸음질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 여파로 시장 불확실성도 더 커졌다. 무역분쟁 여파는 반도체 업계로도 번졌다. 미국이 자국 반도체 장비기업에게 중국 수출을 금지하면서 '제조2025'를 기치로 반도체 굴기를 추진하던 중국에 타격을 줬다. 주요 메모리 생산공정에 사용되는 미국산 장비 반입이 지연돼 중국 메모리 국산화 계획에 차질이 예상된다. 중국 정부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등 주요 메모리 기업을 반독점 위반 혐의로 조사하며 견제에 나선 만큼 국내 기업도 미·중 무역분쟁 전개 과정을 주시하고 있다.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는 인텔 중앙처리장치(CPU) 공급이 부족해 PC 제조사 등 관련 업계가 진통을 겪었다. 인텔은 연초 예상한 것보다 서버용 수요가 늘어난 데다 PC 교체기 등 여파로 충분한 공급량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14나노 공정 전환 지연도 공급 부족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2018 결산]온탕서 냉탕으로 바뀐 반도체·디스플레이

올해 디스플레이 시장은 액정표시장치(LCD) 거래 가격이 하락해 한해 동안 어려움을 겪었다. 상반기 내내 하락세였던 LCD 가격은 9월께 반등해 10월까지 하락세가 주춤했으나 이후 다시 가격이 떨어졌다. 전문가는 계절 비수기가 겹쳐 새해 상반기까지 가격이 반등하지 못하고 하락세를 이어나간다고 내다봤다.

올해 중국 패널사가 10.5세대 LCD를 처음 가동한 것도 LCD 가격 하락을 부추긴 핵심 요인이다.

중국 BOE는 첫 10.5세대 LCD 생산라인 'B9' 가동 목표 시기를 앞당겨 지난 1분기부터 가동을 시작했다. 중국이 처음 10.5세대 초대형 기판 생산에 도전하는 것이어서 성적이 부진할 수 있다는 예상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이런 예상을 깨고 점차 수율이 개선됐으며 BOE는 10.5세대 라인에서 중국 TV 제조사를 비롯해 삼성전자, 소니 등 굵직한 기업을 고객사로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중국이 10.5세대 라인 가동에 성공했고 올해 CHOT와 CEC-판다가 신규 가동한 8.6세대 라인도 순항하면서 LCD TV 패널 공급량이 증가했다. 반면 당초 가동 중단을 목표한 구형 저세대 팹은 대부분 별다른 변화없이 운용을 지속했다. 팹 조정없이 신규 팹이 가동하면서 대형 TV 패널 가격이 하락했다.

스마트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도 기대 이하 성적을 거두는데 그쳤다. 애플이 플렉시블 OLED 주문량을 줄이면서 시장에 악영향을 끼쳤다. 애플 패널을 생산하는 삼성디스플레이 A3 라인 가동률은 지난 상반기 10% 수준까지 떨어질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다. 애플 신모델용 물량을 생산하면서 다시 가동률을 회복했으나 100%에 달했던 지난해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
리지드(경성) OLED는 저온다결정실리콘(LTPS) LCD와 가격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OLED와 LCD에서 모두 노치 디자인을 구현할 수 있는 등 디자인 차별점이 거의 없어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를 중심으로 LTPS LCD를 프리미엄 제품군에 채택하는 사례가 많았다.

표. 디스플레이 장비 투자규모 전망(자료: DSCC)
표. 디스플레이 장비 투자규모 전망(자료: DSCC)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 오대석기자 od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