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빠진 'CPTPP' 발효…'세계 GDP 14%' 세번째 큰 경제권 탄생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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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주도하는 보호무역주의와 미중 무역전쟁으로 국제 통상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일본, 호주, 캐나다 등 환태평양지역을 아우르는 세계 3위권 자유무역 지대가 탄생했다. 우리나라에 단기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지만 한국 정부는 파급효과 등을 검토해 가입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일본 등 세계 11개국이 참여하는 다자간 무역협정인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이 30일 발효됐다.

협정에 서명한 나라는 일본을 비롯해 호주, 브루나이, 캐나다, 칠레, 말레이시아, 멕시코, 뉴질랜드, 페루, 싱가포르, 베트남 11개국이다. 이들 국가가 세계 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3.9%, 세계 교역량 비중은 15.2%에 달한다.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이어 3번째로 규모가 크다.

CPTPP는 6개국 이상이 자국 의회 비준을 받으면 60일 이후 자동 발효된다는 조항에 따라 멕시코, 일본, 싱가포르,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가 국내 절차를 마치면서 이날 발효됐다. 이들 6개국은 이날 1차 관세 인하에 돌입했으며, 새해 1월 14일 7번째 비준국인 베트남이 관세 인하에 들어간다. 비준안이 의회에 계류 중인 4개국은 말레이시아, 페루, 칠레, 브루나이다. 이들 국가는 자국 비준 절차를 완료하고 60일 후 협정을 개별 발효한다.

협정은 참여국 간 상품 교역에 관세를 즉각적으로 철폐하거나, 최장 21년간 단계적으로 철폐하는 교역 자유화를 골자로 한다. 나라별로 민감한 품목에는 부분 감세나 저율관세할당(TRQ), 장기적 철폐를 적용한다.

CPTPP는 전자상거래, 노동, 환경, 국영기업(SOE), 중소기업(SME) 등 새로운 경제·통상 현안을 다룬다는 점이 특징이다. 국영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이 교역국에 부정적 영향을 주면 이를 제한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참여국이 높은 수준의 환경 보호를 추구하도록 한 규정을 포함했고, 중소기업이 협정 혜택을 누리도록 하는 방안을 담았다. 원산지 판정시 생산 재료와 공정을 모두 누적해 고려하는 완전 누적을 일부 품목에 도입한 것도 특징이다.

협정은 2016년 체결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모태다. 미국을 포함한 12개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아우르는 세계 최대 무역협정으로 체결했다. 하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인 작년 1월 말 탈퇴했다. 중국 영향력 확대에 맞서 미국·일본 주도로 환태평양 경제협력체를 형성한다는 목적이 퇴색했다. 당초 세계 GDP 37.5%에 달했던 규모도 줄어들었다.

미국을 제외한 11개국은 상품 양허 협상 결과를 유지하되, 미국이 주장한 지적재산권·투자·정부조달·환경 등 29개 조항 적용을 유예하는 데 합의하고 명칭도 CPTPP로 바꿔 올해 3월 협정에 서명했다. 각국 의회 비준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됐지만, 미중 무역전쟁 등 통상 환경이 악화하면서 참여국들은 비준 절차 처리에 속도를 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영국, 태국, 대만 등은 협정에 가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우리나라는 방대한 FTA 네트워크를 구축해, CPTPP로 인해 당장 큰 타격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우리와 수출 경쟁국인 일본이 CPTPP로 FTA망을 넓힌데다, 향후 CPTPP가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다. 가입 여부를 놓고 우리 정부의 신중한 검토가 요구된다.

양종석 산업정책(세종) 전문기자 jsyang@etnews.com